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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지렛대 삼은 '한일 통상갈등' 해법 마련할까

지소미아 지렛대 삼은 '한일 통상갈등' 해법 마련할까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2일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킨 것은 7월 수출규제 조치 시행 전으로 복귀를 전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일 통상 당국은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의 연관성이 없다고 부정해왔지만 결국 지소미아가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끈 셈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시점을 불과 6시간 남긴 이날 오후 6시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보와 함께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조건부'로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가인 '백색국가'에 다시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시작한 지난 7월1일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한다는 전제 하의 임시 조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건부'의 의미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잠정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정지한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보와 WTO 제소 중단을 계기로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양국의 수출규제 조치 안건을 다룰 국장급 정책 대화를 열기로 했다.

일본 측 역시 우리 정부의 발표와 크게 엇나가지 않게 지소미아 연장을 조건으로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친 후 국장급 대화를 실시해 양국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 '한일 간 건전한 수출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재검토가 가능해진다' 등의 일본 측 발표 내용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이다 요이치 무역관리 부장은 청와대 발표와 같은 시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출관리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비록 임시 타협안이지만 이번 협의에 따라 통상 분야로 번진 한일 갈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특히 수출규제 대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부문 업계의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 완화 또는 철회를 위한 대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들이내밀 수 있고, WTO 제소 절차 역시 재개할 수 있는 만큼 불이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국장급 회의가 열린다 해도 어디까지나 실무급 회의에 불과해 모든 조치가 해결될 것으로 보긴 이르다. 일본 경산성은 한국에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에 대한 개별심사를 그대로 유지하며 백색국가 제외 조치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일각에선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로 촉발이 된 만큼 이 문제가 해결이 돼야 조치 완화 또는 철회가 될 것이란 견해도 있고, 실무급이 아닌 내달 베이징에서 열린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높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해진 게 없다"는 짤막하게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 및 WTO 제소 정지를 계기로 판을 깐 대화와 최대 관건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앞서 일본 경산성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수출을 제한했다.
8월에는 수출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이에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는 한편 지소미아의 운용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양국 간 긴장은 고조됐다.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그동안 1년씩 운용시한이 연장돼 왔으나 한국이 종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소미아는 23일 오전 0시를 기해 효력을 잃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