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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소미아 있든 없든 소·부·장 육성은 필수

한·일 두 나라가 또다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조건부로 협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협정 종료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 완승이라는 둥 퍼펙트게임이라는 둥 한국을 자극하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소미아는 가까스로 연장됐지만 한·일 관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래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2일 꼽은 소재·부품·장비 위기대응 10대 품목이 가슴에 와닿는다. KISTI에 따르면 반도체 필수재료인 실리콘웨이퍼는 대일 수입의존도가 53%에 이른다. 수소연료 저장용 탱크를 만드는 탄소섬유도 일본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다.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KISTI 분석을 보면 일본은 언제든 맘만 먹으면 규제범위를 넓혀 한국의 급소를 찌를 수 있다.

따라서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은 지소미아 연장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에서 "지난 4개월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국내생산 확대와 수입대체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반갑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기업과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행히도 한·일 관계는 불확실성투성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독도 영유권 갈등을 풀 궁극적인 해법이 나오기까진 아직 멀었다.
다음달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양자회담이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하다. 이런 환경 아래서 기업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길 바라지만 기업 경영을 운에 맡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