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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거법 일방처리는 파국… 타협 묘수 찾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지난 4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야3당과 공조해 검찰개혁안과 패키지로 처리키로 한 사안이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다음 달 2일에 이어 3일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안의 부의 시점이 도래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칠 참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이에 맞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여야가 파국을 막을 막판 타협의 묘수를 발휘할 시점이다.

선거법은 대의민주주의제에서 필수 규칙이나, 진선진미한 결과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사표(死票)를 줄이려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지역 대표성이 약화되는 등 장단점이 엇갈려서다. 여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합작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안에 다시 내부 이견이 불거진 배경이다. 민주당은 호남 의석이 줄어들까봐 당초 '225(지역구)+75(비례)'안보다 비례대표를 대폭 줄이려 하고, 정의당은 국민정서에 반해 의원정수 확대를 거론 중이다.

그렇다면 '범여권'격 4당이 선거법 일방처리를 강행할 까닭도 없다. 선진민주주의 국가 어디서든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합의 처리가 당연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래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바꾼 적은 한 번도 없다. 내년 4·15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혹여 범여권이 이번에 선거법 처리를 강행하고, 이를 기화로 선거 불복 사태라도 빚어진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황 대표의 단식이 불길한 징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일주일 국회의 모든 지도자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파국을 막으려는 결자해지의 자세라면 다행이다.
황 대표도 여당이 타협의 신호를 보낸 만큼 이쯤에서 단식을 중단할 때다. 여야가 피차 상대의 무릎을 꿇릴 수 있다는 오만만 버리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는 최소한으로 살리면서 '240+60' '250+50'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협상이 가능할 게다. 여야 지도부는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예술임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