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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간신히 첫발 뗀 내국인 숙박공유

정부, 조건 붙여서 승인
외국 비하면 갈 길 멀어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숙박공유 서비스가 승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제7차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종의 도시민박 플랫폼인 '위홈' 등 8건의 규제샌드박스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울 지하철 반경 1㎞ 이내 △집주인 실거주 주택 4000곳 △연간 최대 영업일수 180일 등 줄줄이 조건을 붙였지만 그동안 각종 규제로 막혔던 내국인 숙박공유를 일단 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신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일정기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인 규제샌드박스 취지에도 걸맞은 조치라는 평가다.

국내 도시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지난 2011년 개정된 관광진흥법은 국내 도시에서 한국인이 숙박공유 업체의 숙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존 숙박업소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국민을 역차별하는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9월 글로벌 숙박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가 "공유숙박이 보급된 전 세계 191개국 중 내국인 이용을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에선 되는데 국내에선 안 되는 사업이 숙박공유뿐만은 아니다. 카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해외에서 이미 유망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에선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사업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긴 마찬가지다. 세계적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서울대 공대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로 사업이 여의치 않자 회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또 미래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이른바 '데이터 3법' 입법이 시급한데 이의 국회 통과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달 말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분야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겠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숙박공유 서비스를 일부 허용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 첫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업계 일각에서 "규제를 풀어달랬더니 또 다른 규제를 덧붙였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이래서 안된다"가 아니라 "그래도 해보자"는 자세를 견지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활짝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