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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시위 전면 나선 김정은…대화 기대 접고 '새로운 길' 걷나

해안포 발사 닷새 만에 초대형방사포 시험 사격 30초 간격 2발 발사…무기체계 고도화 선전 행보 북미협상 난기류 속 '대미·대남 압박 강화' 의도 '새로운 길' 준비하는 듯…중·러와 협력 모색하나

무력시위 전면 나선 김정은…대화 기대 접고 '새로운 길' 걷나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9일 보도했다. 2019.11.29.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접경수역에서 해안포 발사를 지시한 지 닷새 만에 신형 무기체계 시험사격 참관에 나서면서 한반도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군사행보를 강화해 대미, 대남 압박의 고삐를 다시 쥐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하시였다"며, 김 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통신은 "초대형방사포의 전투 적용성을 최종 검토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연발시험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신형 무기체계 시험사격 참관 사실을 밝힌 것은 지난 9월10일 평안남도 개천에서 진행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달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달 31일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에서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또는 참관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현장 참관은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4번째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을 통해 연발 사격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신호라는 것이 일차적인 관측이다.

무력시위 전면 나선 김정은…대화 기대 접고 '새로운 길' 걷나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9일 보도했다. 2019.11.29.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쏘아올린 단거리 발사체 2발의 간격을 30여초로 탐지했다. 앞서 1·2차 시험발사(8월24일·9월10일) 당시 17~19분, 3차(10월31일) 때 3분이었던 발사 간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28일 전에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했을 때 김 위원장이 현장에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기술적 만족도가 떨어져서 공개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외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미협상 난기류가 걷히지 않자 김 위원장이 다시 무력 시위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차례 시험발사 불참이 북미협상 국면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번 재등장은 향후 북미 대화에 대해 김 위원장이 기대를 접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북미 협상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북한은 이달 들어 김명길·김계관·김영철 명의의 연쇄 담화를 통해 실무협상 제의에 호응하면서도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는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며 거듭 미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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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2019.11.25.photo@newsis.com
또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결정에 대해서도 협상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깎아내리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미연합훈련의 완전 중단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이에 맞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내세워 연말 시한은 북한 스스로 설정한 자의적인 것이라고 일축하며 북한의 주도의 협상 국면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대형방사포 자체는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라고 보기 힘들지만, 북한이 해안포 사격에 이어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강행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군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군사적 긴장 고조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제 연말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이지만, 북미가 실무협상 일정 등을 정할 소통 창구인 뉴욕 채널도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가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놓고 지금처럼 양보 없는 태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수도 있어 보인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연말 시한의 도래를 앞두고 미국의 실질적 상응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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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로동신문은 3일자 지면에 어제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19.10.03. (사진=노동신문 켑쳐) photo@newsis.com
앞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7일 미국의 핵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한은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체제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신형 SLBM '북극성-3형'의 위력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낮췄으며, '새로운 길' 구상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실장은 "북한이 연말로 갈 수록 비핵화 협상에 거는 기대나 비중을 줄여가는 듯하다"며 "이미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예비적인 행태들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가지 옵션(선택지)이 있다"며 "미국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비핵화를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를 바꾸는 제한적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내년도 담론이 본격화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주기(12월17일)가 기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에 대한 기대를 열어놨지만 이후에는 강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날 북한 보도와 관련, "대만족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성공이라는 단어도 없고 김 위원장의 발언도 직접 인용되지 않았다. 과거처럼 얼싸안고 좋아라하는 사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수위 조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엄중한 상황에서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고 신중함처럼 느껴진다"면서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일정 부분 새로운 길로 대외정책 방향을 설정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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