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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꾼 지방권력인데"…민주당 부울경 단체장 나란히 '곤혹'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전통적 보수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승리하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울경 지역 최초의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당선 당시 세 단체장은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총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은 되레 정치적 공격 대상이 돼 여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6일 오전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김 전 시장의 측근 의혹을 처음 제보한 것으로 지명된 송병기 경제부시장 사무실이다.

송 부시장이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청와대에 제공했고, 청와대가 경찰에 김 전 시장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보다 앞서 송철호, 송병기 두 사람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관계자와 만나 선거공약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경찰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당장 검찰의 칼날은 송 부시장을 향하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송철호-송병기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만큼 송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보다 앞서 부산시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경제부시장이 문제가 됐다. 유재수 전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시절 비위를 저질렀는데, 이를 수사하던 청와대가 갑자기 수사를 중단하고 유 전 부시장은 오히려 부시장으로 영전했다는 의혹이다.

유 전 부시장은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오거돈 부산시장은 유 전 부시장을 적극 옹호했지만 결국 유 전 부시장이 구속됐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부산시장의 허술한 인사검증과 오거돈 시장의 잘못된 인사 등에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경제부시장이라는 고위공직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오 시장이 아닌 친문(親文) 인사가 적극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오 시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법정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았던 김 지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77일간 법정 구속됐다가 조건부로 석방됐다. 김 지사를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상태지만 현역 경남도지사의 구속에 대한 지역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이 같은 부정적 시선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이들 세 사람은 취임 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지자체별 만19세 이상 1000명씩, 총 1만7000명을 대상으로 11월 전국 시·도지사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오거돈 부산시장은 30.9%, 송철호 울산시장은 32.1%로 나란히 최하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44.7%를 기록하며 중위권에 자리했다.

이들은 당선 당시 전통적 보수텃밭 부울경에서 선거혁명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 이후에는 부울경 세 지자체가 ‘동남권 관문공항’ 등에 힘을 합치고, 동남권 경제권역 만들기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협업에도 나섰다.

지역 내 여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총선까지 승리해 지역주의를 완벽히 극복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나왔다.

하지만 부산·울산시청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과 커지는 비리의혹, 김경수 도지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점 등 때문에 이들은 여권 내 '우려'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5일 오거돈, 송철호, 송병기 등 10명을 고발하며 이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우선 오거돈 시장을 두고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지 않아 직권 남용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고,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을 두고는 "상대 후보자의 범죄 비리 첩보를 검찰에 넘기고 경찰 수사에 적극 참여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게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 세 사람은 지방주의 극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나란히 곤욕을 겪고 있는 모습"이라며 "관련 의혹이 계속될 경우 이들에 대한 지역의 실망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