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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불라"…與, 필리버스터 무력화 방안 놓고 고심

"역풍 불라"…與, 필리버스터 무력화 방안 놓고 고심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2019.1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살라미, 깍두기, 그도 아니면 정면돌파.'

오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예상되자 민주당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당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 법안 처리가 수일에 걸쳐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궁여지책으로 본회의를 짧게 끊어서 여는 '살라미 전술' 등을 세우고 있지만,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어 고심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진행 상황을 봐서 총력투쟁을 할지, 여당의 선의를 믿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협상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지정된 지난 4월부터 민주당과의 강경 대치를 이어온 한국당이 막판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한국당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에 밀려난 형국이다. 내년도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협상할 길이 막힌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예산안 협상 기회도 놓치게 됐다.

오는 9일 선출되는 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새로운 협상판을 마련할지 여부는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 역시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당이 장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시도할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얇게 썰어 먹는 햄인 '살라미'나 '깍두기'에 빗대어 본회의를 짧게 끊어서 여는 대응책이 거론된다.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가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점을 노렸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하루짜리 임시회를 열어서 하루짜리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임시회를 열려면 3일 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하니까 선거법과 공수처법, 유치원 3법 등 6개 법안 처리 기간을 단순 계산하면 6 곱하기 4는 24, 즉 24일이라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빼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마저 강제적으로 무력화시킬 경우엔 역풍이 일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야당이었던 시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며 본회의 필리버스터에 돌입해 총 192시간 27분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며 "국회법 준수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한 국회의장이 초법적인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중대한 법에 대해 심의도 안하고 졸속으로 통과할 수 있냐"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여당이 된 민주당이 살라미 전술을 강행할 경우엔 야당의 법안 처리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고민을 이어가는 이유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등에 대한 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를 끊어서 열면 이론적으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본회의를 이런 방식으로 짧게 여는 것을 두고 국민 여론이 나빠질 수 있어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그대로 지켜보는 정면돌파 방안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