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가상자산에 과세는 당연…제도화에도 박차를

기재부 소득세 부과 추진
납세하면 보호도 따라야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가상자산은 가상자산취급업소(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마치 주식처럼 거래된다. 사고팔 때 차익이 생기면 세금을 물리는 게 맞다. 덧붙여 이번 기회에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되길 바란다.

가상자산과 관련해 올 들어 몇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권고안(가이드라인)을 내놨다. FATF는 가상자산취급업소에 금융사에 준하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회원국인 한국은 권고안을 따를 의무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이용 등에 관한 법률', 곧 특금법 개정안에 권고안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바로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암호화폐를 가상자산(Virtual Assets), 암호화폐거래소를 가상자산취급업소(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로 표기한 것도 FATF 권고안을 따른 것이다. 권고안의 목적은 불법자금세탁 방지에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납세자는 세금을 낸 만큼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세금만 물리면 저항이 생긴다. 이미 미국·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대신 세금을 물리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되 가상자산은 억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분 영향이 크다. 가상자산공개(ICO)를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본격적으로 세금을 물리겠다면 정책기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일명 P2P금융법은 훌륭한 벤치마킹 사례다. 개인 간 대출을 중계하는 P2P 금융은 법 제정을 통해 어엿한 핀테크 금융업으로 거듭났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한 셈이다.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에도 P2P금융법 사례를 적용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주기 바란다.
가상자산을 장기간 어둠 속에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미 국회에는 블록체인진흥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이때 가상자산의 제도화도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