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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갑다, 바이오 유니콘

국내 첫 바이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국내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유니콘기업 명단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을 비롯해 옐로모바일, 비바리퍼블리카,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무신사 등 지금까지 10개 기업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바이오 분야에서 유니콘기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에이프로젠의 이번 쾌거를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한다. 우선 '유니콘 두자릿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이 올해 11개로 늘어나면서 '제2의 벤처붐' 조성에 탄력이 붙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 유니콘기업 1곳을 배출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던 것에 비하면 기업 성장속도가 빨라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에이프로젠의 이번 등극으로 우리는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세계 다섯번째로 유니콘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플랫폼과 O2O(온·오프라인 연계)에 집중됐던 국내 유니콘이 바이오산업까지 지평을 넓혔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바이오산업은 미래 성장성이 매우 큰 분야로 손꼽힌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약 1500조원으로 반도체(약 457조원)나 자동차(약 600조원)보다도 덩치가 훨씬 크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미래자동차와 함께 바이오헬스를 3대 혁신산업의 하나로 집중 육성하는 이유다.

유니콘기업은 한 국가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2022년 유니콘기업이 20개까지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밝힌 목표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이 마음놓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혁신이 자리잡을 수 없는 곳에선 유니콘기업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혁신 벤처기업의 액셀러레이터(촉진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