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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달째 '성장 제약' 진단…"미중 무역합의 긍정적"(종합)

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12월 발표 "수출·건설투자 성장 제약" 평가 수출,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째↓ 3분기 건설투자 전기보다 6.0% 감소 "미중 무역 합의, 부정적 요인 해소"

정부, 2달째 '성장 제약' 진단…"미중 무역합의 긍정적"(종합)
(출처=뉴시스/NEWSIS)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증가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의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의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을 제약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사용해온 '부진' 표현을 11월호 그린북에서 삭제했다. 정부가 7개월 연속 '부진'이라고 진단한 건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이래 최장 기간이었다.

정부는 지난 4~5월까지 '광공업 생산·설비투자·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에 대해 부진하다고 판단했다가, 6~10월에는 '수출·투자'로 부진 범위를 줄였다. 11월호에서는 '부진' 표현을 빼고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홍민석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배경브리핑에서 "우리 경제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바꿨으나 투자, 수출이 부진하지 않다고 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론'에 대해서도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갔다는 평가를 한 건 아니다"면서 "정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저점을 찍었다'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잠정치는 1년 전보다 14.3% 감소한 4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18년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8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5%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컴퓨터(23.4%)는 증가했으나 선박(-62.1%), 반도체(-30.8%), 석유화학(-19.0%), 석유제품(-12.6%), 일반기계(-1.5%), 자동차(-1.4%) 등에서 감소했다. 유럽연합(-21.9%), 아세안(-19.5%), 중남미(-15.9%), 중국(-12.2%), 미국(-8.3%) 등의 나라에서 수출 부진도 이어졌다.

다만 반도체는 5G,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외 전문기관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내년 2분기 상승으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매출액 역시 내년 2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2달째 '성장 제약' 진단…"미중 무역합의 긍정적"(종합)
[서울=뉴시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잠정치는 1년 전보다 14.3% 감소한 4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증가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의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3분기 건설투자(GDP 잠정치)는 2분기보다 6.0% 쪼그라들었다. 전년 동기보다는 3.7% 감소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역성장하고 있다. 10월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은 토목실적은 줄었지만, 건축실적이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1.7% 증가했다. 건설수주 및 건축허가 면적 증가 등은 항후 건설기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재부는 분석했다.

3분기 설비투자 잠정치는 2분기보다 0.6% 증가했으나 1년 전보다는 2.6% 감소했다. 10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했으나 기계류 투자가 감소하면서 지난달보다 0.8% 하락했다. 국내기계수주 증가는 설비투자에 긍정적 요인이나 기계류 수입 감소, 설비투자 조정압력 하락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는 원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월 서비스업은 숙박·음식업(3.1%), 정보통신업(1.9%), 사업·임대서비스업(1.3%) 등이 증가해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백화점(3.3%), 할인점(2.5%), 온라인(2.9%) 매출액이 1년 전보다 모두 늘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관광객 수도 1년 전보다 30.0%나 증가했다.

서비스업 증가에도 불구하고 광공업이 감소하면서 전(全)산업 생산도 전월보다 0.4%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4.4%), 전자부품(-7.0%), 석유정제(-9.4%) 분야가 광공업 생산 증가를 끌어내렸다.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상승하며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키웠다.

홍 과장은 10월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뒷걸음질 치면서 올해 2% 경제 성장이 힘들 거라는 우려에 대해 "10월 산업생산 지표만 두고 2% 성장 여부를 평가하는 건 너무 빠르다"며 "정부로서는 재정을 중심으로 집행률을 높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민간소비 잠정치를 보면 전기보다 0.2% 증가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가 늘었으나 승용차 등 내구재(-2.3%), 의복 등 준내구재(-2.8%)가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0.5%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9로 한 달 전보다 2.3p 올랐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2p 상승한 74를 나타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올랐다.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변동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6% 올랐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2% 증가하며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방향을 틀었다.

고용은 취업자 증가규모가 유지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1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3만1000명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67.4%로 1년 전보다 0.3%p 올랐다.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3000명 감소한 86만6000명이었다. 실업률은 3.1%로 전년보다 0.1%p 내려갔다.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10월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11월 중순 이후 하락하고 있으며 환율은 원화 약세로 11월 들어 상승하는 모습이다.
주택시장은 11월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각각 전월보다 0.19%, 0.14% 올랐다.

기재부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의 향방,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시기,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봤다.

홍 과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히 합의가 이뤄질 경우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둔화 가속화, 금융시장 불안 초래, 경제심리 악화 등 부정적인 요인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며 "대외 여건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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