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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공단의 ‘조상땅 찾아주기’ 분투기

법률구조공단의 ‘조상땅 찾아주기’ 분투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 12일 서울 라마다 신도림 호텔에서 '2019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열었다. 조상희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친절과 정성으로 국민들을 만나 나가자"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어렸을 때 강원도 고성군에 살던 A씨는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를 잃고 고향을 떠났다. A씨의 조상들은 수복지구인 고성군 일대에 땅을 갖고 있었다. 일제가 1910년대 작성한 토지조사부에 따르면 조부와 증조부가 각각 7필지, 1필지를 갖고 있었다. 토지대장에도 있으나 등기는 없었다. 조상의 땅을 찾고 싶었던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8필지에 대한 등기권리증과 소유권증서는 없었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토지조사부에 등재된 소유자에게 별다른 이의가 없는 한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A씨가 조부와 증조부라고 칭한 사람들이 실제 조부, 증조부인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가족관계를 증명할 공적증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의 제적등본에는 아버지의 이름만 기재돼 있고, 아버지의 경우 전쟁통에 사망해 제적등본이 없었다. 일제때 작성된 토지조사부에 따르면, 증조부와 조부의 주소지는 A씨와 같은 동네였지만 정확한 지번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같은 동네’라는 정황증거는 확보했다.

사건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측은 족보와 친척일가의 진술을 확보하는 도중 A씨의 숙부가 최근까지 생존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숙부의 제적등본 등을 조회한 결과 숙부의 아버지와 A씨의 조부가 같은 사람임이 입증됐다. 다만, 증조부에 대해서는 오로지 족보와 친인척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진웅 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 변호사는 “공적장부를 꼼꼼히 검토하고 족보와 친인척 진술을 확보한 결과 의뢰인의 조상땅 찾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선정한 2019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중 하나다. 공단은 한 해 동안 공단이 처리한 사건 중 법리적 가치가 높거나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의미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이론적⋅실무적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법률구조의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매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2일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날 발표대회에서 공단 대구지부는 일제 토지조사때 마을땅으로 지정된 농토에서 누대에 걸쳐 농사를 짓던 사람이 실질적 소유자로 인정받아 공탁금을 받기까지 힘들었던 법률구조활동을 소개했다.

속초출장소에서는 족보와 친인척 진술 등 입수가능한 모든 정보를 확보해 전부승소를 이끌어낸 수복지구 미등록토지의 ‘조상땅 찾아주기’ 소송을 발표했다.

공단의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건물주가 자기 건물에서 직접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줘야 하는 문제와 관련해 진행한 조정사례를 발표했다. 또 임차건물에서 도자기 공방을 하던 임차인과 그 건물에서 자기 사업을 하려던 임대인 사이를 오가며 조정을 이끌어낸 사례도 소개됐다.

조상희 이사장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을 위해 우리 공단 임직원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평한뒤 “법률구조 수요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단의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에 주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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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