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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휘말릴 우려 속 방위비 협상 카드…호르무즈 파병 득실

호르무즈 해협,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요충지 세계 하루 석유 수송량 20%, 해상 수송량 35% 담당 작년 5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 군사적 긴장 유조선 피격, 무인 정찰기 격추 등 물리적 충돌 빈발 11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미국·영국 등 6개국 참여 김열수 "이란에 사전 통보하고 외무장관회담 열어야" 박원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고려한 파병으로 보여"

분쟁 휘말릴 우려 속 방위비 협상 카드…호르무즈 파병 득실
【서울=뉴시스】호르무즈해협은 북서쪽의 페르시아만과 남동쪽의 오만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수역이다. 이곳을 거치는 원유는 하루 1850만배럴(2016년 기준)로 전세계 생산량의 5분의 1이자 전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3분의 1 규모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우리 국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군사적 충돌이 빈번한 곳이라, 자칫 우리 군이 국제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이번 파병이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위치한 교통·군사적 요충지다. 이 해협은 북서쪽 페르시아만과 남동쪽 오만만을 잇는 좁은 지역으로 너비는 약 50㎞, 수심은 최고 190m다.

중동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쿠웨이트이 활용하는 석유 운송로로서 이곳을 통과하는 석유는 하루에 1900만 배럴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석유의 약 20%, 해상 석유 수송량의 약 35%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운송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석유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적 갈등의 장이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미국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추진한다며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했다. 미국은 협정을 탈퇴하면서 미국이 아닌 3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이란과 거래를 하더라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했다. 미국이 180일 유예 기간을 거쳐 실제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위협해왔다.

분쟁 휘말릴 우려 속 방위비 협상 카드…호르무즈 파병 득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3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DDH-979·4400t급)이 출항하고 있다.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요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링스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해병대·의무요원 등으로 구성된 경계·지원대 등 총 300여 명으로 편성된 청해부대 30진은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29진 대조영함(4400t급)과 9월 초 임무를 교대한 이후 내년 2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임무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청해부대 30진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가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08.13. yulnetphoto@newsis.com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올해 5월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에서 미국으로 원유를 운반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과 상선 2척이 공격 받았다. 6월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싱가포르와 일본으로 향하던 유조선 2척이 피격됐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무인 정찰기를 격추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6월20일 미군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미 해군 전함은 7월18일 이란 무인 정찰기를 격추시키며 보복했다.

9월에는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형 석유 관련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당했다. 큰 화재가 일어나면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친 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은 드론으로 자신들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도 피해를 입었다. 10월11일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해상에 있던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에 2차례 폭발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저장 탱크가 훼손돼 원유가 홍해로 유출됐다. 이란은 공격 배후로 사우디를 의심했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중동 지역에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결성하겠다며 동맹국에 참여를 독려해왔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8월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을 향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발언, 사실상 우리 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 외무부는 이튿날 우리 군의 파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 정부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미국은 연합체를 발족시켰다. 미국은 지난달 7일 바레인 마나마에 위치한 미 5함대 기지에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 연합)' 지휘통제부 발족식을 열고 대 이란 순찰활동에 착수했다. 영국과 호주,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알바니아 등 6개국이 참여했다.

분쟁 휘말릴 우려 속 방위비 협상 카드…호르무즈 파병 득실
【시드니=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4일 호주 시드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 정부와의 회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과 호주는 깨질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2019.8.4.
지난달에는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 반군 세력이 지난달 17일 예멘 근해에서 우리 국적 선박을 억류했다가 2일 만에 풀어줬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우리 국민 보호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란에 대한 사전 설명 작업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가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도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한미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분담금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선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량을 줄인 상태라 한국 경제가 이란 원유 문제로 고통을 받지는 않을 테지만 이란으로서는 어떤 형태든 (우리에게) 보복을 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우리가 사전에 이란 정부에 통보하고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우리 입장을 설명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란이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것은 전쟁에 준하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은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청와대의 이번 발표는) 시기 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파병이 큰 틀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기여하는 것인 만큼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얘기할 여지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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