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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무너지는 자영업, 해외로 짐싸는 中企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장사를 못하겠다"며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실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3·4분기 도소매·숙박·음식업의 대출금은 220조2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1% 늘었다. 반면 3·4분기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87만89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 줄었다. 장사가 안돼 소득은 자꾸 줄어드는데 빚은 계속 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이보다 앞서 내놓은 자료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10월 기준 비임금근로자, 즉 자영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8.7%(14만3000명)나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2.4%, 9만7000명이 늘어 대조를 보였다. 매출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폐업을 했거나 직원을 내보낸 '나 홀로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 지원사업을 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죽을 맛이다. 올 2·4분기 중소기업의 해외투자액은 15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설비투자는 급감했다. 기업의 해외투자를 무조건 나쁘게 볼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해외투자 증가가 진정한 의미의 투자라기보다는 '탈(脫)한국'에 가깝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더 이상 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소기업들이 보따리를 싸 해외로 떠난 결과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4.5%를 차지한다. 근로자 넷 중 한 명은 자영업 종사자라는 얘기다.
또 국내 중소·중견·대기업 종사자 중 82.9%는 중소기업에 다닌다. 이들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다 세심한 관련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