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트럼프·시진핑 정치적 이해로 일단 봉합 '불안한 휴전'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

각각 탄핵 위기·경제 둔화 돌파구
무역협상 극적 합의해 성과 보여줘
세계경제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
핵심쟁점 남은 2단계 딜 첩첩산중

트럼프·시진핑 정치적 이해로 일단 봉합 '불안한 휴전'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윤재준 기자】 미국이 대중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한 15일(현지시간)을 사흘 앞두고 폭주하던 양쪽 기관차는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12일 멈춰섰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일시적 휴전일 뿐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국 내 정치적 입지 문제가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서둘러 이끌어내는 핵심요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거세게 중국을 몰아붙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 태도로 돌변한 게 이번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이와 관련, 영국의 BBC는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과가 필요했다며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됐다고 전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단기 봉합

중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홍콩 시위 사태와 신장웨이우얼 인권탄압 문제로 체제불안이 우려되는 데다 중국 내 경제성장률 둔화 역시 중국 지도부의 큰 숙제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최소한 중단시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국 지도부 입장에선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가 홍콩과 신장 관련 법안을 통해 견제를 하는데도 중국은 일단 무역전쟁과 홍콩·신장 문제를 별개 사안으로 놓고 대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번 양국의 딜 내용에도 양국의 핵심이익이 담겨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이 내년에 500억달러(약 58조7000억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무역전쟁 전 최대였던 2013년 290억달러(약 34조원)보다도 훨씬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팜벨트 지역을 배려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산에 대한 기존 고율관세를 최고 절반 수준으로 낮출 전망이다. 즉 25%의 고율관세는 12.5%로, 15%의 관세는 7.5%로 각각 낮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관세부과로 수출부진에 빠진 중국 업체들로선 가뭄의 단비와 같다.

■2단계 협상 내년 대선 이후?

1단계 무역협상이 이처럼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성사됐다는 점에서 향후 미·중 무역갈등의 전망은 어둡다. 그래서인지 이번 합의문에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 서명하는 이벤트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협상 내용의 이행 과정에서도 양국 간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이번 합의문에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을 분기별로 평가해 합의한 규모보다 10% 이상 모자랄 경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조항이 포함됐다면 분기별로 미·중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2단계, 3단계 협상은 민감한 핵심의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갈 길이 멀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업 보조금 지급 금지 등 핵심 쟁점은 2단계와 3단계 협상에서 다루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처럼 중대 의제를 놓고 중국이 순순히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1단계 합의 대가로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중국의 입지가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인해 당장 글로벌 경제 앞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분쟁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년 만의 최저치인 2.9%와 3.0%로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사실상 휴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향후 장기적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대목은 2단계 협상이 언제 재개될 것이냐다. 이와 관련, 미·중은 내년 미국 대선 때까지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대선 전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2차 무역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뜻이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