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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수소패권 전쟁…전초기지 '내수시장' 키워야 이긴다

한중일 수소패권 전쟁…전초기지 '내수시장' 키워야 이긴다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한중일 수소패권 전쟁…전초기지 '내수시장' 키워야 이긴다
그래픽=이은현 디자이너© News1


한중일 수소패권 전쟁…전초기지 '내수시장' 키워야 이긴다
토요타자동차의 수소버스 '소라'. (토요타코리아 제공) © 뉴스1


[편집자주]민·관이 수소경제 시대 진입의 마중물로 상용차를 택했다. 자동차는 물론 발전 등 전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은 수소 에너지가 널리 사용되려면 일단 효용성을 증명해야 한다. 상용차는 적재용량이 크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 배터리 차량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다. 여기에 고정 노선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충전 인프라를 계획적으로 공급만 하면 활용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상용차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경쟁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답은 Yes다. 최소한 수소에너지 시장에선 그렇다. 수소 시장은 블루오션인데다 자동차, 발전 등에서의 잠재력이 크다. 아직까진 누구 하나 명백한 우위를 점하지 못해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전체 시장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수소 굴기를 내세운 중국과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강점을 가진 일본은 위협적이다. 자동차를 넘어 인프라와 물류, 발전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전략이 없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다.

숙제는 자국 내 수소차 대중화를 발판으로 기술 및 자본을 먼저 축적하는 일이다. 한·중·일 수소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경쟁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렵지만 블루오션을 선점하는 유일한 해답이기도 하다.

◇ 中·日도 수소 대중화 지렛대로 상용차 '주목'



14일 산업부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수소버스와 트럭이 각각 2만대, 1만대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버스는 2022년 예상 보급수량 대비 10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상용차를 수소대중화의 발판으로 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일본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키워 수소경제 물꼬를 트려면 버스와 트럭 등 상용 부문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비해 수소상용차 부문에서 다소 뒤처지지만 전기차 시장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경험이 있다. 정부 주도하에 전기차 굴기를 이뤄낸 경험을 살려 수소부문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중국 정부는 도심과 단거리 이동에 필요한 세단은 전기차 위주로 보급하고 장거리 물류 운송에는 수소차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당국 방향에 따라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푸톈(FOTON) 등 14개 토종 상용차 브랜드가 수소트럭과 버스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은 부족한 기술력에 따라 캐나다 발라드사로부터 연료전지시스템, 토요타로부터 연료전지 스택 등을 제공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처지긴 하지만 중국이 강점을 가진 전기버스에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결합시키는 추세여서 상용화는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초 수소상용차 보급 로드맵을 마련하고 수소버스를 2020년 100대, 2030년 1200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일본에서 수소전기 버스 '소라'(SORA)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운행경로가 일정하고 대량의 수소를 상용하는 수소버스 보급이 확대되면 수소충전소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내수 수소차·충전소 밸런스가 중요…연료전지 수출 등 新사업 기회



이들 경쟁국이 수소상용차 보급확대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규모를 키워 충전소 채산성을 강화하면 인프라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버스보다 시장 규모가 큰 트럭까지 수소차 활용이 확대되면 수소제조비용이 LNG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에너지 활용도가 큰 상용차 보급과 이를 발판으로 한 충전소 마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책이 오락가락 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다.

반대로 일관성있는 정책에 힘입어 내수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고 기술 및 자본을 먼저 축적하면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수소상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게 가능하다.

수소부문에서 나 홀로 분투 중이던 현대차가 수소버스·트럭 등 상용차까지 발을 넓힌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다.

경영난이 심화된 중국 법인 쓰촨현대의 지분 인수를 중국 당국으로부터 제안받은 현대차의 고민에서도 수소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인 판단을 엿볼 수 있다.

쓰촨은 상하이와 우한, 쑤저우, 장자커우 등과 함께 중국 현지에서 수소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다. 쓰촨성은 청두 평원을 중심으로 전체지역에 '수소에너지 종합 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으로 관내 수소차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쓰촨현대를 100%로 자회사로 두게 되면 장기적으로 상용차를 기반으로 한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 인수제안의 실익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지난해 세계 최대 완성차 브랜드인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동맹을 구성한 것도 경쟁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수소 연료전지스택 등에서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 수소 연료탱크와 연료전지를 폭스바겐에 공급하면 핵심부품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기술특허와 부품 공유가 속도를 내면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을 넘어 유럽 등 주요 국가로 연료전지 스택의 판로를 넓히는 게 가능하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은 "결국 수소차와 충전소의 밸런스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라며 "민간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담당자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