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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광고·스무고개식 北 '크리스마스 선물'…"전략적 모호성"

북한, 동창리 '중대한 시험 성공'에 티저광고식 정보 공개 장영근 "정보 던졌는데 예측 못하니 북한은 신바람 날 것" 발사체 2단 엔진 시험, 대기권 재진입 시험 등 각종 해석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며 연말 정국서 주도권 시도 정성장 "24일 한중일 정상회의 ICBM 발사시 북중관계 악화"

티저광고·스무고개식 北 '크리스마스 선물'…"전략적 모호성"
[서울=뉴시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8일자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의 위성 사진. 북한이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밝힌 다음날의 모습으로, 오른쪽 원 부분에 지표면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엔진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 때문에 생긴 자국으로 추정된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2019.12.10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잇따라 시험을 실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과거 각종 무기나 기술을 개발할 때마다 지체 없이 영상 등을 공개하며 과시적인 행태를 보여왔던 점과는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시험 내용을 숨기는 것은 미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험 내용을 숨길수록 한미 양국에서 논란이 커지고 우려가 확산되는 것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서 북 측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8일 대변인 발표 당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7일)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관련 시험임을 시사했다.

국방과학원은 13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12월13일 오후 10시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 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며 시험 내용에 관한 힌트를 줬다.

이어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14일 담화에서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무기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 관련 시험임을 재차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총참모장은 "우리 힘의 실체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겠으나 똑바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가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고 예고한 북한이 이처럼 티저광고(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상품이나 서비스 따위의 정보를 자세히 들어내지 않는 광고)처럼 궁금증을 자극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어떤 시험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16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데이터를 준 건 7분간 연소라는 하나뿐이다. 그걸로 어떤 엔진인지 맞추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변수가 5개인 방정식을 풀려면 식이 5개가 필요한데 지금 같은 경우는 변수는 10개인데 식은 하나 밖에 없어 9개를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차라리 발사를 해서 정점 고도나 사거리를 알려주면 훨씬 쉬웠지만 북한은 그러지 않고 있다"며 "정보를 던졌는데 이쪽이 예측 못하니 북한으로서는 신바람 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주도하는 스무고개 속에서 전문가들은 두 차례의 동창리 시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티저광고·스무고개식 北 '크리스마스 선물'…"전략적 모호성"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7일 참석했다"고 8일 보도했다. 2019.12.08.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장영근 교수는 7분이라는 연소 시간을 근거로 위성발사체를 위한 엔진 시험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수는 "7분이라면 작은 엔진"이라며 "20t 이하 작은 2단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첫번째는 액체연료 1단 엔진을 클러스터링해서 시험했고 두번째는 2단 엔진을 시험한 것 같다"며 "인공위성은 궤도를 찾아가기 위해 2단 엔진을 장시간 연소하고 껐다 켰다 하면서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엔진 시험 활동과 연계해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3가지 수준"이라며 "1단 엔진의 클러스터링, 위성발사체의 3단 엔진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t급 이하의 소형 엔진, 재진입체를 보호하는 탄두부에 대한 검증 실험 등"이라고 열거했다.

북한이 신형 액체 엔진이나 기존 백두산 엔진을 클러스터링(결합)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북한이 이미 화성 14·15형을 통해 대륙간 탄도 미사일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만큼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시험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이 화성-15형보다 훨씬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은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연말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동창리 시험장을 활용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체를 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제재와 동창리 등 시설을 바꾸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북한의 의도를 짚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과 남한의 태도에 따라 북한이 연말에 ICBM을 발사할 수도 발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북한이 12월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직후 ICBM을 발사한다면 북중 관계의 냉각·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 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북한 당국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과 다탄두 ICBM 개발 등을 위한 노력을 보일 수 있다"며 "북한은 2019년 10월에 내비쳤던 신형 잠수함과 북극성-3형의 개발에 매진하거나 인공위성 시험발사 방식으로 장거리 로켓 실험을 실시하는 동향을 우선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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