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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누더기 부동산 정책, 12·16 대책 약효도 의문

방향 수정 없이 마이웨이
"집값 잡아야" 도그마 빠져

정부가 또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12·16 대책은 기습적이다. 하지만 약효는 의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굵직한 대책만 추려도 두자릿수다. 이미 담보대출 문을 조였고, 재건축을 옭아맸고, 종합부동산세를 올렸고, 3기 신도시 계획을 내놨고,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넓혔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정책과 따로 논다. 12·16 대책으로 집값이 잡힐지도 의문이다. 기존 대책을 땜질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의 국지적 과열현상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추가로 2차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금융, 세제, 분양가상한제 등 전방위에 걸친 종합대응책을 내놨다. 대출을 더 막고, 종부세를 더 물리고, 상한제 대상지역을 더 넓힌다는 내용이다.

2년반 넘게 편 정책이 실패했으면 그 원인을 살펴 방향을 바꾸는 게 온당하다. 그러나 이 정부는 잘못된 길을 고집한다. '집값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진 탓이다. 오죽하면 같은 진보 진영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까. 진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문재인정부 2년 동안 땅값이 2054조원 올랐다"고 말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노무현정부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 아파트 값이 24주째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며 "시장으로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실패라는 점에선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일치하는 셈이다.

해법은 두 가지다. 진보 진영에선 더 강력한 종부세, 더 강력한 분양가상한제, 더 강력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촉구한다. 이렇게 하면 당장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을 망치로 때리는 정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반면교사다. 참여정부가 꽉 조인 나사를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느슨하게 풀었다. 초강력 정책은 냉·온탕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 사실 모든 정책엔 정치색이 묻는다. 하지만 그 바탕엔 경제가 깔려야 한다.
그래야 정권 교체 뒤에도 바뀌지 않는 정책이 나온다. 부모한테 꾸지람만 듣는 아이는 엇나가기 십상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마치 자식(시장)의 의견에 귀를 닫은 고집불통 어른을 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