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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보유세 드라이브 거는 정부, 거래세는 내려야

종부세 이어 재산세도 껑충
실수요자에 숨통 터주어야

9억원 넘는 고가주택에 사는 이들은 내년에 재산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큰 폭으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는 덩달아 오른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일정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따라서 공시가격 인상은 실질적인 증세에 해당한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보유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6일 종합대책에선 종합부동산세 추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 바로 이튿날 국토부는 공시지가 조정을 통한 재산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는 "서울 강남·마포구 등 일부 지역 공동주택(아파트)은 공시가격이 20~30% 넘게 오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다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효과적인 집값 안정화 수단으로 보유세 인상을 제안한다. 집값 뛰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선량한 집주인이라면 당장 세금이 걱정이다. 이처럼 보유세 중과세는 집값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공시가격을 시세와 비등하게 맞추려는 노력도 나무랄 게 못 된다. 올해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8.1%에 그친다. 시세 10억짜리 아파트라면 공시가격이 6억8100만원이란 뜻이다. 정부는 내년에 현실화율을 9억~15억원짜리는 70%, 15억∼30억원짜리는 75%, 30억원 이상은 80%로 높이려 한다. 세금은 실제 거래가를 기준으로 내는 게 맞다.

문제는 정부가 오로지 보유세 인상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래야 실수요자들이 숨을 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내년 6월까지 팔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 정도론 부족하다. 아예 세법을 바꿔 세율을 내리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거래세는 놔두고 보유세만 조이면 자칫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정부는 이틀 연속 강력한 원투펀치를 날렸다. 마침 내년 봄엔 총선이 열린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냉정해져야 한다.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높은 세금을 때리면 여론은 호응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논리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건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이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