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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론' 일변도 → '신중론' 등장...부동산 전문가 변심 이유는?

촘촘한 규제그물 투자수요 차단
세부담 다주택자 주택보유 부담
서울 등 매물잠김에 다소 숨통
대출차단에 무주택자 진입 막혀
거래급감 속 약보합 장세 예상
장기 정책효과 없을 것 비판도 

'상승론' 일변도 → '신중론' 등장...부동산 전문가 변심 이유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서 '상승론' 일변도였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역대 가장 강력한 12·16 대책이 발표되자 내년에도 부동산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이 일부가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거래급감 속에서도 서울·수도권 집값은 약보합 내지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무조건 상승'이라고 외치던 것은 옛일이 됐다.

23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세금, 대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등을 포함해 전세자금대출까지 묶는 ‘촘촘한 규제 그물’이라며 투자수요는 아예 묶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실수요에까지 대출규제와 자금출처조사 등을 통한 압박이 가해지며 당분간 거래량은 줄고 소폭의 약세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주부터 9억 이상에 강화된 LTV
실제 이번 주부터 당장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9억원까지 40%, 9억원을 넘는 부분은 20%로 줄어든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도 강화돼 DSR 40%를 넘길 수 없게 됐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시장 교란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다는 의미”라며 “유주택자는 세 부담 늘어나기 때문에 불편해지고, 무주택자에는 대출 문턱을 높여 소위 ‘금수저’ 등에게 ‘줍줍’ 기회만 높이는 부작용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 고가주택은 진입 자체부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특히 단순하게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 강도가 강한 대책이다. 가장 강한 것이 대출규제고 그 다음이 자금계획서 관련”이라며 “단기적으로 집값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도 “현재 부동산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매물 잠김현상이 큰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보유세 부담과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으로 매물이 출현함으로써 가격 안정화에 일정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중론에 정부 절박함만 표현 비판도
일부에선 효과에 대해 지켜보아야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16대책으로 투기적 가수요자를 현격히 줄일 수는 있겠지만 정부 정책효과가 유동성을 이기면서 장기적 집값안정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부분”이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급등 피로감이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지역, 신축, 고가주택, 분양시장의 선호와 인기지역 대기수요의 주택구입 의지를 꺾을 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정부의 절막함만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권 한 부동산전문가는 “절박함은 알지만 시장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고위공무원부터 강남은 안판다고 나오면서 내로남불 얘기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이미 수익 얻을 건 다 얻은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며 “이번 정책으로 오히려 전세가격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의 부동산은 모두 월세가 모기지 대출금리보다 비싸 매매가 유리하지만 세금과 매매비용 때문에 목돈 가진 부자들만 집을 사고 급여소득자들은 금리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한다. 매매를 묶는 규제부담이 장기적으로 결국 흘러내려 서민층 주거비용만 높일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로또단지’ 비조정대상지역‘ 분양은 훈풍
한편 매매시장의 위축 속에 청약시장에서는 아직 12·16대책의 한파가 미치지 않은 모습이다. 대책 발표가 있던 주말 견본주택에는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림산업이 지난 20일 개관한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의 주택전시관에는 개관 3일간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가 5억원대, 84㎡가 7억원대로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를 갖췄다.

KCC건설이 대구광역시 달서구에서 공급하는 ‘두류 파크 KCC스위첸’ 견본주택에도 3일간 약 1만3000여명이 방문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분양가 1350만원 선에 계약금 1차 1000만원,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이 제공된다. 대구광역시 내 비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된 수성구에서 방문한 수요자들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분양대행사는 "결과적으로 아직 분양시장에서는 가격 메리트를 갖춘 ‘로또 단지’, 규제에서 자유로운 ‘비조정 대상지역’의 흥행은 이어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