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北, 오늘 ICBM 도발할까…천문학적 비용+중러 외면 등 부담

ICBM 생산 비용 1기당 수백억원, 개발 비용은 더 비싸 장영근 "북한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준 비용 들어" 北, 기술 베끼기-시험 횟수 줄이기로 비용 절감 가능 이춘근 "北 인공위성 발사해도 기반 구축에 비용 상당" 박창권 "안보리 결의 직접 위반 따른 외교적 부담 커" "美 협상 대비 ICBM 벌써 써버리면 다른 카드가 없어"

北, 오늘 ICBM 도발할까…천문학적 비용+중러 외면 등 부담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2019.12.09. (그림=국방백서 제공)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관련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실제 발사 시 비용이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북한은 우리나라와 경제 체제가 다르고 무기 개발 방식도 차별화돼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북한의 개발 비용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요 핵전력인 '미니트맨3'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경우 1기당 가격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2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ICBM을 양산할 때 1기당 200억원 정도 든다고 들었다"며 "양산 가격이 200억원이면 개발 가격은 5배 이상 된다. 많을 경우 10배인 2000억원 이상도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발사체 개발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우리 정부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조9572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 생산과 발사는 북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우리와 기본적으로 경제 체제가 달라서 산술적으로 표기하기 어렵다"며 "얼마인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높은 기술 수준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북한은 그간 외국기술 모방 등을 통해 미사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바 있다. 우리 정부처럼 발사체 기술을 기초부터 확보해 나갈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 때) 대부분 모방을 한다고 보면 된다. 해킹도 많이 하고 미사일 개발 인력도 1000명을 넘는 것 같다"며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인 북극성의 형상이 중국이나 미국의 것과 비슷하다. 상당히 많이 베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오늘 ICBM 도발할까…천문학적 비용+중러 외면 등 부담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개발 또는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 종류. 2019.12.09. (그림=국방백서 제공)
북한은 각종 시험 횟수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추가 절감한다. 시험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는 비용을 없애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북한은 시험 횟수를 줄이는 대신 동해 등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는 도발 행위를 하면서 각종 측정 자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근 교수는 "우리 우방은 최소 5번, 최대 20번 시험 발사한 뒤 전력화하는데 북한은 1번만 시험하고 전력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 역시 무기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전문가들이 북한이 이번 크리스마스 때 군사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발사를 하기에 적당한 기상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기반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통신 설비와 함께 데이터를 수신하고 분석하고 해석하고 활용할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 이것들을 북한이 독자 구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전적 비용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외교적인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제재가 한층 강화되는 한편 우군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외면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문연구위원은 "ICBM 발사에 따른 가장 중요한 비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직접 위반에 따른 국제적 비용"이라며 "북한의 ICBM 발사를 막는 2017년 안보리 결의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했다. 북한이 다시 ICBM을 발사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추가 제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짚었다.

박 위원은 또 "내년에 미국과 대화를 하려면 마지막 카드인 ICBM을 너무 먼저 써버리면 다른 카드가 없어진다"며 "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걸면 중국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여지가 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