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상식에 어긋나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

원안위 승인→정지 오락가락
탈원전 대못 박으려 무리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5, 반대 2로 확정했다. 7000억원을 들여 전면보수해 일단 2022년까지 더 쓰기로 했던 원전이었다. 멀쩡한 원전인데도 '사망판정'을 내린 형국이다. 원안위는 지난 2015년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승인했었다. 이로 인해 행정심판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서둘러 정반대 결론을 내린 배경이 석연치 않아 보인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40년 정도 쓰고 폐기하는 나라가 있나. 원전 종주국 격인 미국에선 현재 80기 넘는 원전이 60년간 가동허가를 받은 상태다. 심지어 두 기의 수명을 얼마 전 80년으로 늘렸다. 후발주자이지만 안전성이 더 강화된 원전을 지은 우리는 이미 고리 1호기를 폐쇄했다. 그것도 모자라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데도 월성 1호기 해체를 앞당기려고 하니 의혹의 눈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사장 교체 이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국회가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의뢰했었다. 가동률과 원전 판매단가를 작위적으로 떨어뜨려 놓고 꿰맞추기 경제성 평가를 했다면서다.

더군다나 월성 1호기는 현재 가동정지된 상태다. 그런데도 원안위가 전문성 있는 소수 위원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영구정지 결정을 밀어붙였다. 탈원전 정책에 대못을 박겠다는 뜻이다. 이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따라만 해)식 아집의 결과가 뭔가. 세계적 원전기술을 확보해 놓고도 국내에선 판로가 끊기자 해외에서 원전 수주경쟁을 벌이는 러시아사에 부품을 사달라고 매달리는 판이 아닌가. 오죽하면 얼마 전 국내 과학계 원로들이 이를 두고 '21세기의 미스터리'라고 했겠나.

지금 현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원조 탈원전국'들은 속속 '원전 유턴'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이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전기차 등 전력 다소비업종이 4차 산업혁명기의 주력산업인 데다 탄소를 절감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원전만 한 대안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격으로 뒤늦게 탈원전 가속페달을 밟을 일도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감사원의 경제성 평가 감사 결과를 보고 월성 1호기에 내려진 '사망진단서'를 다시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