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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한국당 박대출 5시간50분으로 최장…유민봉 45분으로 최단 與, 이례적 필리버스터 참여…한국당 "막장 코미디" 비난 문희상·주승용 4시간씩 사회…한국당 이주영, 사회 거부

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등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다중노출) 2019.12.24.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김지은 최서진 기자 =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5일 밤 12시를 기해 종료됐다.

지난 23일 밤 9시49분께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가 개시된지 약 50시간11분만이다.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던 의원은 한국당 박대출 의원으로 5시간50분 동안 발언을 했다. 다만 지난 2016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12시간33분 필리버스터에는 한참 못미쳤다.

이어 한국당 권성동(4시간55분), 한국당 김태흠(4시간53분), 민주당 김종민(4시간31분), 한국당 주호영(4시간), 한국당 전희경(3시간41분), 민주당 최인호(3시간30분), 한국당 정유섭(3시간2분), 민주당 홍익표(3시간), 바른미래당 지상욱(2시간49분), 민주당 기동민(2시간37분), 민주당 강병원(2시간37분), 정의당 이정미(1시간52분), 민주당 김상희(1시간36분) 의원의 순으로 발언시간이 길었다. 최단 시간은 한국당 유민봉 의원으로 45분에 그쳤다.

필리버스터란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우리 국회에서는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할 수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우선 상정에 반발한 한국당의 무제한 토론 요구로 시작된 이번 필리버스터에는 더불어민주당 6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 등 총 15명의 여야 의원이 교대로 토론에 나섰다.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정의당도 참여한 '맞짱 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19.12.25.jc4321@newsis.com
필리버스터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소수 정당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다수당이자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16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진행한 192시간 30분 간의 필리버스터 때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한국당의 일방적인 여론 선전의 장(場)이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진행해놓고 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토론을 하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사흘간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정당성을 지적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누더기'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의 의사진행 방식도 편파적이라고 문제삼았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과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필리버스터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여야가 거칠게 충돌하며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5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고성과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강하게 성토하는 중에 "4대강 보도 파괴한다고 난리치다가 요새 잠잠하던데 시쳇말 쓰는 어느 할머니가 '지랄발광하고 있다' 그러더라"며 내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필리버스터 중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이를 지켜보는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다중노출) 2019.12.24.kkssmm99@newsis.com
표창원 의원이 "주호영 의원 실망이다"라고 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했고 주 의원은 "실망하려면 실망하라. 나는 당신들하테 실망을 넘어서 경멸을 한다"며 받아쳤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정의당에 지나치게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정의당에는 "정의롭지 않은 정의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조심하라"고 요구하며 한국당과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이번 선거법과 관련 개정 협상이나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당 태도는 한마디로 무책임 무성의 무대책, 3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질타했고 이에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그런 취지가 아니잖냐"며 언성을 높이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회의장님 혹시 국회법을 다시 읽어보셨녀"라며 아들 공천 의혹 등을 들어 문 의장을 공격했다. 이에 "문 의장이 뭘 잘못했냐. 어이가 없다"고 야유하는 민주당과 "의장은 잘 들으라. 새겨들으라"고 외치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사용을 위해 자리를 뜨는 문제를 놓고도 부딪혔다.

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12.25.jc4321@newsis.com
국회법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필리버스터 도중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원칙인 만큼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토론을 이어가거나 일부 의원은 기저귀를 착용해 왔다. 이번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한국당 주호영 의원도 기저귀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 의원에 이어 두 번째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번에는 화장실을 허락해줬다고 한다"면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당시 안민석 의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선례를 거론, 문 의장에 동의를 구한 뒤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를 놓고 한국당이 항의하자 문 의장은 "반말하지 마라. 의장이다. 그래도 당신이 뽑았다"며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이어 세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주 부의장이 화장실 요청에 즉답을 하지 않고 머뭇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느냐. (김종민 의원은 가고) 못 가게 하는 것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고 항의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공방 과정에서 알바니아, 레소토 등 우리에게 낯선 국가들의 이름이 소환되기도 했다.

50시간 '맞짱 필리버스터' 종료…알바니아·화장실 공방도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료를 화면에 띄워 달라고 항의하고 있다. 2019.12.25.jc4321@newsis.com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가 전세계에서 세 나라가 있는데 베네수엘라, 알바니아 레소토"라며 "전부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비례대표 안 내고 지역구만 내다보니까 블랙코미디가 돼 한번 하고 폐지해 버렸다. 명색이 세계 10위 무역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독재국가, 후진국가인 베네수엘라, 알바니아, 레소토를 따라하기 창피하지 않냐"고 했다.

이에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알바니아니 뭐니 듣도 보도 못한 나라 사례를 꺼내냐"며 "그렇게 잘못됐다고 하면서 없어질 한국당은 위성정당은 왜 만들겠다고 하냐"고 반박했다.

여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도 입씨름을 했다. 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이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해달라. (구속된지) 1000일이 된 여자 대통령, 뭐 그렇게 증오로 복수를 해야되겠느냐"고 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정 의원은 "아직도 이렇게 전 정권 사람들에 대해 (복수를) 아직도 만족을 못하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 의원으로부터 발언권을 넘겨받은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유일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이 한국당"이라며 "쇄신이라는 말은 한국당에 어울리지 않는다.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필리버스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문 의장과 주 부의장이 4시간씩 번갈아 사회를 맡았다. 휴식을 취하기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는 등 피로가 쌓인 모습이었다.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당은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켰다. 민주당은 24시간을 9명씩 6개조로 나눠 본회의장 당번조를 편성해 본회의장 사수를 당부했다. 한국당 역시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지키는 조를 지역별로 편성해 해당 조가 본회의장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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