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서울 청약시장, 현금부자는 '강남' 가점부자는 '강북'몰렸다

강남 아파트, 가점 높아 당첨돼도 중도금·잔금 대출에 발목 잡혀
가점 부자, 대출 가능한 강북으로
홍제 가든플라츠, 59대 1 경쟁률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현금부자는 강남' '청약 가점부자는 강북'으로 각각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아파트의 경우 가점이 높아 당첨되더라도 중도금과 잔금 대출 시점에서 대출 규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어서 현금부자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시가 15억원 이상 대출금지, 9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비율 축소(40%→20%)에 따라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자'는 청약 시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주요 청약시장은 3040 실수요자가 아닌 현금과 가점 경쟁력이 높은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책 후 첫 분양단지 완판 행렬

2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2·16 대책 이후 첫 분양물량으로 주목 받은 '위례 호반써밋송파1·2차'와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됐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북위례 호반써밋송파1차와 2차는 각각 16.14대 1, 33.8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차 분양가는 각각 3.3㎡당 2204만원, 2268만원으로 2차가 다소 높다. 1차 분양가(전용 108㎡)는 최저 9억190만원에서 최고 9억1170만원이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하다. 여기에 더해 12·16대책으로 잔금 대출까지 막힐 전망이라서 대출장벽이 더 높아졌다. 12·16대책에 따라 잔금대출을 받을 입주 시점인 2022년에 시세가 15억원을 넘으면 잔금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청약가점 부자는 대출 가능한 강북 청약시장에 몰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분양한 홍제 가든플라츠도 200가구 모집에 1만1985명이 몰리면서 평균 59.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홍제 가든플라츠 분양가의 경우 가장 작은 39㎡가 3억4000만원, 59㎡가 5억8000만원, 84㎡가 7억7000만원 선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실수요자 중에서 청약을 포기하는 이탈 수요가 있다"며 "대출규제와 함께 자금출처조사까지 강화되면서 투자수요도 청약 시장에서 일부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 내년 하반기 변곡점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주택 시장에 큰 변곡점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가뭄'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내년 4월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된 서울 재개발·재건축 물량의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규제 적용 전인 4월까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서둘러 물량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12·16대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도세 중과 면제 혜택을 받은 잠긴 매물도 일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부터다.

김 팀장은 "최근 서울의 청약시장 과열은 내년 분양물량 감소에 따른 우려도 반영된 것"이라며 "서울 강남의 경우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아니면 공급이 사실상 어려운데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시행되면 초기 정비사업 단지들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나 사실상 3기 신도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은 적어도 4~5년은 걸린다. 3기 신도시의 경우 2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지만 서울 진입 대기수요와는 달라 서울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서울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규제와 함께 고소득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상환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에게 대출규제를 완화해 내집 마련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기준 대출비율이 40%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서울은 규제지역이라 대출한도가 40%이나 12·16대책을 통해 집값이 잡히고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대출한도 역시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