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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도 안보는 필리버스터…무관심 속 공수처 공방 메아리(종합)

의원들도 안보는 필리버스터…무관심 속 공수처 공방 메아리(종합)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의원들도 안보는 필리버스터…무관심 속 공수처 공방 메아리(종합)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는 동안 한 의원이 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기사검색을 하고 있다. 2019.12.28. © News1 김명섭 기자


의원들도 안보는 필리버스터…무관심 속 공수처 공방 메아리(종합)
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피곤한 듯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정상훈 기자 = 여야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2라운드에 들어갔지만, 정작 의원들조차 무관심했다.

지난 27일 저녁 9시 25분 시작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28일에도 온종일 이어졌다.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교대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듣는 의원들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비상대기조를 짜 대응 중인 의원들은 엎드려 자거나 책을 읽었다. 기사를 검색하거나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등 토론 내용을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자주 눈을 감고 불편한 표정을 짓는 등 피로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27일 본회의장에서 난투극을 벌여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등 거친 '동물국회'를 만든 것이 무색하게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빈 자리만 가득했다.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초반과는 딴판이었다. 여야간 오갔던 고성과 야유가 거의 사라져 차분할 정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려 각각 반대·찬성토론에 임했다.

의원들은 저마다 지역구로 내려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느라 바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에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외에는 별다른 회의나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이러한 무관심에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공수처가 만들어졌을 때 가장 먼저 구속되는 1호는 윤석열 현 검찰총장"이라며 "윤석열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어느 눈치 없는 영장판사가 기각하면 그 판사가 두 번째로 구속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4시간 12분간 발언한 정 의원은 "공수처가 바로 '귀태'(鬼胎)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게 공수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조직이 바로 공수처"라는 거친 표현에도 서슴없었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남긴 대표적 비유도 이날 다시 회자됐다. 46분간 필리버스터 단상에 선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를 사지 않을 것이냐. 조폭이 반대한다고 파출소 설치를 주저할 것이냐"고 잘라 말했다. 공수처에 반대하는 검찰을 모기와 조직폭력배에 비유한 것.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두고 공수처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오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울산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면 그것을 국민들이 그대로 신뢰하겠느냐"며 "공수처가 있었다고 하면 공수처에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시간25분간 찬성토론에 나선 송 의원은 "지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하면 검찰과 경찰 어느 쪽보다도 더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수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공격하는 발언들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저녁 8시14분부터 13번째 필리버스터에 들어간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문희상의 이름 석자는 매국노의 이름으로 세계 정치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국회의장과 집권여당의 입법 쿠데타, 패악질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할 따름. 이러한 국회 문화를 저주한다"고 격분했다.

한편,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종료된다. 이에따라 공수처법은 오는 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