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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김석준 부산교육감 “정시확대 방안 투트랙 대응”

[신년인터뷰] 김석준 부산교육감 “정시확대 방안 투트랙 대응”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24일 오후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신년인터뷰] 김석준 부산교육감 “정시확대 방안 투트랙 대응”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24일 오후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정부의 정시확대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 전후로 입시제도를 뒤흔들 변화의 물결이 또 한번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 점수로 '한 방에' 대학에 들어가는 입시제도로는 과목 선택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가는 교육정책을 결코 담아낼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29일 <뉴스1>과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정시확대 방향에 대한 대응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바뀔 입시제도를 준비하기 위한 '투트랙'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입시제도 변화에 맞춘 여러가지 대응 방법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가 수시전형의 단점을 보완하지 않고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해법을 잘못짚은 것"이라면서 정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입시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교육감 협의회와 힘을 모아 끝까지 의지를 관철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김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먼저 시민들께 새해 인사를 부탁한다.

▶올 한 해 부산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보내주신 아낌없는 성원과 따뜻한 격려에 감사의 말씀드린다. 부산교육에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 보내주시길 바란다.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고 가정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드리겠다.

―두번째 연임 이후 임기도 벌써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기를 시작한 지 딱 5년 반 정도 됐다. 처음 취임할때 부산 교육을 바꾸겠다고 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고 합리적으로,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바꿔가겠다고 했다. 5년 반쯤 지나니까 점차 틀이 잡히고,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게되면 금방 퇴화해버린다. 두 번째 임기 중반쯤이라고 해서 마음이 흐트러진것은 아니다. 교육 가족들이 갈수록 교육감의 추진 정책을 공감하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남은 임기동안 집중하고 싶은 교육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래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키워내는게 제일 시급하다. 일단 미래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이미 무한상상실을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시설도 구축해가고 있다. 또 하나는 그에 맞는 수업 방식과 내용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기 초반때부터 토의토론식 수업을 진행해왔다. 초등학교의 경우 객관식 평가를 없앴고 올해 9월에는 수업평가지원센터 만들었다. 교사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하고, 공유하고, 학습하는 그런 작업들도 궤도에 올라가고 있다. 또 아이들이 행복하게, 즐겁게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능력들을 키워야 한다. 새해는 문학,예술,체육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고 좋아하는 운동 하나는 자신있게 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초등학교부터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2023학년도까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수능위주 전형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지역 대학도 이같은 기조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김 교육감께서는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는데?

▶미래 역량을 키우는 것과 당장 눈앞의 대학 입시 문제가 충돌하고 있다.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은 대학입시에서 조금 멀리 있기 때문에 미래 역량을 키우는데 방점을 둬야한다. 하지만 고교생들은 당장 눈앞에 대학입시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진학 지원체계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진로 교육지원센터 중심으로 다양한 입시 컨설팅이나 자료제공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정부에서는 서울에 일부 대학 중심으로 정시확대 방향을 잡고있지만 저희는 정시 이전에 해왔던대로 수시를 겨냥해서 학생부종합전형 또는 교과전형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기가 가고싶은 대학에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입시 진학 지도도 최대한 열심히 할 생각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정시 확대기조는 넓혀지는데 교과목 선택 폭을 넓히는 고교학점제 같은 정책과도 대립되는 것 아닌가.

▶교육부에서 추진한 고교학점제 시행은 2025년부터다.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된 이후 (고교학점제 과정을 밟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대학 진학은 2028년도부터다. (지금은)이렇게 정시 확대 방향으로 선택을 했지만 고교학점제가 전면화된 이후 2028년도 대학진학을 하려면 입시제도가 큰 틀에서 또다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런 변화를 감안해서 준비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내실화하고 그에맞는 입시제도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해 교육감들이 힘을 모아 교육부에서 계속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고교 입시를 앞둔 학부모님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클 것 같다.

▶지금 학생들이 대학 진학하는데 필요한 입시전략도 이같은 내용을 참고해서 세워가야 한다. 정시 확대 방향에 대한 대응과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바뀔 입시제도를 준비하기 위한 '투트랙'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고교 수업내용 편성 문제도 그렇고 입시제도 변화에 맞춘 여러가지 대응 방법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해가야 할것 같다.

―또 한번의 큰 변화를 보고 있는 건가?

▶그렇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고교학점제를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교육감 협의회를 통해서 지금과 같은 정시확대 방향이 아닌 다른 방법 찾아 내도록 압박하고 요구할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확고하다. 그걸 안하면 교육감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못하는 것이다.

―수능을 통한 정시 비율을 늘리는 기조가 계속 됐을때, 지역 학생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게되나?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전형이 마치 금수저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것처럼 알려져있지만 그건 서울의 일부 학생들이다. 사실 지역의 일반계고 학생들 입장에서보면 정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수시전형으로 대비해서 학교 내신관리를 하고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게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진학할 확률이 높다. 최근에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억지로라도 정시모집 비율을 늘린다면 사실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러나 그런걸 필요로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는 그들을 위한 준비나 전략도 같이 수립해야한다.

―사실 지금처럼 정시 확대 방안이 나온 이유는 수시전형의 진입 유형이 복잡하고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일반 학생들은 배제된 채 특권층만 갈 수 있는 전형이라는 인식과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수시전형은 비율은 현재 75%가까이 된다. 특권층은 5%정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역 대학과 많은 학생들이 함께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이번에 조국 사태 등을 통해서 일부 특권층이 특혜를 받은 것만 부각됐다. 수시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편향 보도된 것이다. 정시에 유리한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치 수시는 불공정하고, 시험을 한번만 쳐서 대학을 들어가는 것은 공정한 것처럼 허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런 일부 특권층이 선점해온 수시 전형도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예를들면 수시모집할때 스펙은 가능하면 배제하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고. 고교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게 학교생활 했느냐. 이걸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야하는데 그건 안하고 정시확대로 가는건 굉장히 잘못된 방법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한 편법비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종에 대한 문제도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개선되야하지만 아예 없애서는 안된다. 2015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물꼬를 틀어놨는데 이걸다시 정답을 맞추기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건 왜그렇게 됐다고 보나.

▶서울의 일부 목소리가 큰 집단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와 교육계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

―해운대고를 포함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법정다툼이 가시화하고 있다. 해운대고는 지난 10월 자사고 취소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폐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교육제도가 수시로 변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경우 교육과정의 다양화라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설립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굳이 없앨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성적이나 입시 중심의 학교 운영 등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까지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 해운대고의 경우 자사고 지위가 유지된 상태로 본안 소송이 진행중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주고있어 안타깝다. 오는 2025년 3월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보다 실질적인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과목 선택 폭을 넓히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부산형 고교학점제, 전국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와 뭐가 다른가.

▶크게 다르진 않다. 고교학점제 하려면 여러 학생들 선택에 따라서 여러 과목들을 개설해야하는데, 과목들을 학교별로 모두 개설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학과 적극 연계하고 여름 방학이나 겨울방학 활용해서 주말에 대학과 연계한 강의를 한다든지, 지금처럼 몇개 학교 연합해서 온라인 강의를 개설해서 듣게 한다든지, 타 시도보다 빨리 시도하고 있다. 도입의 시기, 방식이 다른 점이 차별화라면 차별화다.

―정부의 일학습병행제 추진으로 인한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을 두고 논란이 크다. 기존 특성화고에서 산업현장으로 학생들을 보낼 때 학생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받거나 제대로 직업 훈련을 받기힘든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있었다. 취업률 신경써야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업체 측에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이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개선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그렇다. 지역의 학생들이 교육이나 훈련 받을 수 있을 만큼 인프라 갖춘 기업들이 많지 않고, 특성화고 안에서도 산학일체형 도제교육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수가 굉장히 제한돼 있다. 선발되면 기업과 연계해서 취업이 보장되긴 하지만 전체 학생 수과 비교해 보면 실제 비율은 높지 않다. 부산의 경우 도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숙련도나 쾌적한 작업환경을 갖춘 곳이 많이 없기 때문에 도제교육을 담당하는 산업체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학생들이 거기에 가서 훈련 받아도, 예를 들어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충분히 충족시킬 만큼 역량이 강화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은)현재 햇수로 3년차 밖에 안됐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취업지원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현장과 학교를 연결시키려 하고있다. 교육청 차원에서 취업지원관을 현장에 파견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정부가 1년정도 예산을 지원하다가 교육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면 굉장히 부담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편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안된다면 교육청도 예산이 부담되기 때문에 교육감들이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필요는 한데, 이게 언제 또 짐으로 될지 모른다. (지원을)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다.

―취업담당 교사가 산업현장 상황을 점검하지만 보고서 작성이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조치도 굉장히 허술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데.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하고 돌봐야 하는 아이들도 여러 명이다. 충실하게 체크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새로운 모델로 시작하고, 그에 선택된 학생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대한 만큼 운영되지 않은 부분들을 잘 메워가야한다고 보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


―시민께 당부말씀.

▶학생들이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더 큰 꿈을 꾸고 키워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교육가족 뿐만 아니라 시민의 부산교육에 대한 신뢰와 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해에도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마음으로 부산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