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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은행장 선임, 내부 승진 전통 이어가길

10년동안 지켜온 전통을
文정부가 깨뜨려선 안돼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난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한동안 행장 대행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정부(기획재정부)가 지분 53.24%를 가진 국책은행이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후임자를 놓고 관료 출신 낙하산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해법은 명백하다. 문재인정부는 10년 가까이 이어온 내부 승진 전통을 깨서는 안 된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과거 기업은행장은 관료 출신이 맡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금융관치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란 끝에 지난 2010년 조준희 행장부터 내부에서 행장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행장직은 2013년 권선주, 2016년 김도진으로 이어졌다. 권선주 행장은 한국 은행산업 역사상 첫 여성 행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부 승진 전통이 다름아닌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 마당에 적폐 청산을 지상과제로 삼아온 문재인정부가 다시 낙하산을 내려보내선 안 된다.

노조의 반발도 심상찮다. 최근 선출된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새 집행부는 첫 사명으로 기업은행지부와 함께 낙하산 행장 임명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임명을 강행하면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문재인정부는 금융 관치를 최대한 자제한 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놓고 셀프연임 논란이 불거졌지만 결국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다시 선정됐다. 금융당국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조 회장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 우려를 전달했으나, 이사회가 결정을 내리자 이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기업은행장을 내부에서 발탁하는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행장을 선출하는 투명한 절차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그간 금융당국은 민간 시중은행들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선정 절차를 공평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줄기차게 주문해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은 CEO를 뽑는 절차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공모도 없고 후보도 추측만 무성할 뿐 누가 뽑혔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국책은행이라지만 적어도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두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