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12·16대책 이후 집값 2억원가량 떨어진 지역

12·16대책 이후…급매물 출현 등 시장 냉각 
'눈치싸움' 돌입 "전형적인 조정국면 이어질 듯"
'소득 수준 초월' 집값 하락 전환 가능성 주목
"하반기 들어 다시 상승 전환할 것" 일부 우려도

12·16대책 이후 집값 2억원가량 떨어진 지역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나온 이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찬물을 끼얹은 듯 급격하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는 12·16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2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책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들이 21억8000만원에 내놓던 매물이 최근에는 19억7000~19억8000만원 수준으로 약 2억원가량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도 이달 말 잔금 지급을 조건으로 최대 1억원 정도 낮은 19억원대의 급매물이 출현하는 등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가 재건축이나 초고가 주택에 대한 강력한 규제 신호를 연이어 보내면서 상승 열기는 꺾였다고 분석했다. 당분간은 시장의 관망세가 커지면서 거래도 뜸해지는 전형적인 조정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매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이미 소득 수준을 초월한 서울 집값이 꺾일지도 주목된다. 내년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내년 6월까지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이슈를 전후로 매도-매수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2·16대책에 숨죽인 부동산 시장…'눈치싸움' 전개

30일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에 나서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수요가 위축되고, 급매물이 잇따라 출현하는 등 숨 고르기에 진입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다만 "최근 나오는 급매물은 연내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내년부터 강화되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2년 거주 요건·최대 10년 보유시 80%)를 받지 못하자 연내 자산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으로서는 추가로 급매물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앞으로 3~4개월 정도는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세무사)도 "일단 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시장 상황이나 다른 투자자들의 전략을 좀 지켜보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동안 관망세가 커지고 거래는 없는 눈치 보기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설명했다 .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당장으로서는 집값이 급등할만한 요인은 감지되지 않는다"면서 "연초에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조금씩 시장에 나오면서 상승이 둔화되는 등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빚으로 쌓아올린 집값…하락 전환 가능성은

이미 서울 아파트값은 소득 수준을 무시한 채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오름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3분위 기준 13.8년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주택 구입에 13.8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을 지나 실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부동자금이 1500조에 달하고 있어 시중에 유동성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풍부한 데다, 올해 기준금리가 2차례 인하되면서 역대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내년 2분기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유예됐지만 최근 서울 일부지역에서 나타난 '매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지는 아직 판단이 어렵다.

우병탁 팀장은 "현재로서는 세대분리나 자녀에 대한 부담부 증여가 매매보다 먼저 고려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시중에 급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12·16대책의 영향으로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자녀에 대한 증여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어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꺾이고 가격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재건축은 전세를 끼고 사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중과세 배제로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보유세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세는 많이 꺾이면서 매매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하락으로 전환하려면 급매물이 추가로 나오고, 매물 적체가 생기는 등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면서도 "워낙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출 이자에 보유세 부담까지 덮치면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 등의 경우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고하저?…서울 집값 조정기 언제까지 가나

서울 집값이 당분간은 '눈치보기' 장세 속에서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문제는 그 이후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점이 종료되는 내년 하반기 들어서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망세 가능성이 있으나, 하반기부터는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일 팀장은 "선거 공약을 통해 개발 호재가 나오면 국지적인 상승세를 유발해 정부 규제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어 다주택자들이 올해 상반기동안 버티고 나면, 그 이후에는 오히려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다시 매물이 줄고 강보합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

박원갑 위원의 경우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옮아가는 풍선효과가 내년 한 해 동안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규제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선도지역과 비선도지역간 가격 차이를 좁히는 '갭 메우기'가 내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소장은 "현재 정부의 서울 공급대책에 상당한 문제가 있고, 수요자들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급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하느냐, 또 추가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