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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셋값 꿈틀, 12·16대책 부작용 아닌가

세입자에 보유세 전가
정책 풍선효과 되풀이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보름 전 정부가 12·16 대책을 내놓자마자 전셋값이 꿈틀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시장을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16 대책은 18번째다. 홍 부총리 말대로라면 부동산 대책이 조만간 20번째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전세시장은 되레 역전세가 문제였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2월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을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가 특목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 같은 추세가 뒤집어졌다. 서울 강남, 양천구 목동 등 학군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했다. 이 마당에 12·16 대책은 전셋값 오름세에 기름을 부었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은 으레 그 부담을 전세·월세입자에게 떠넘기게 마련이다.

전셋값 불안이 이어지면 19번째 대책은 계약갱신권 연장이나 전월세상한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지난해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에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에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에도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적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2+2, 최대 4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만큼 전월세상한제 역시 정부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19번째 대책에서 부작용이 생기면? 정부는 즉시 20번째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버스를 반대편 방향에서 타면 즉시 내려 갈아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종점까지 가겠다고 우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인간의 존엄과 직접 관련된 주거와 관련된 정책은 시장경제의 룰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민 주거복지를 중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선의가 결과를 보장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집은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시장경제 아래에서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상품이라는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전세시장의 역설에서 정부가 교훈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