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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낙하산 기업은행장을 文정부에서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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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했다. 은행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다름아닌 문재인정부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기업은행은 전임자 셋이 모두 내부 승진하는 전통을 쌓았다. 이 공든 탑이 무너진 게 못내 아쉽다.

법적인 잘못은 없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면한다(26조). 최대주주도 정부(기획재정부·53.24%)다. 자연 과거 기업은행장 자리는 으레 경제관료가 차지했다. 이것이 2010년 조준희 행장을 시작으로 2013년 권선주, 2016년 김도진으로 내부 승진이 이어졌다. 바로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다. 이러니 기업은행장 인사에 관한 한 문 정부는 시곗바늘을 뒤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윤 행장의 자질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재정·금융·국제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청와대에 근무한 덕에 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이해도 남다를 것이다. 내부 승진이 이어지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외부인을 배척하는 '참호 구축'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종원 임명은 낙하산, 금융관치의 부활이며 보은 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나같이 현 정부가 적폐라고 비판하던 것들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에 낸 보고서에서 "금융공공기관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개별법에 따라 기관장을 뽑는 기업은행을 콕 짚었다. 당시 혁신위 위원장은 바로 윤석헌 현 금감원장이다. 하지만 권고안은 무시됐고, 기업은행장 선임은 이번에도 깜깜이 그 자체였다.

낙하산 논란은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낙하산으로 내려간 사람은 운명적으로 위만 쳐다보게 돼 있다.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 뒷전이다. 윤 행장에게 당부한다.
지금이라도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구축해 달라. 기업은행엔 그 흔한 공모도 행장후보추천위원회도 없다. 금융당국 역시 시중은행에 준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기업은행에 요구하는 게 맞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늦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