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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타다 이어 배민에도 태클, 혁신정부 맞나

민주당 6일 기자회견 예고
유니콘기업 앞길까지 막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정치권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6일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DH) 간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발의했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M&A)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기자회견 개최 자체가 시장을 교란·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기업 간 M&A에까지 정치권이 제동을 거는 행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을지로위원회는 두 기업 간 기업결합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원회의 지적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개 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H가 배달의민족마저 사들이면 시장의 90% 이상을 DH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측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잠재적 경쟁자들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옥션·G마켓 M&A 때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공정위는 두 기업 간 M&A가 성사되면 시장점유율이 87%에 달하는 등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옥션·G마켓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온라인 기반 사업 특성상 새로운 경쟁 사업자의 출현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게다가 이번 배달의민족·DH 간 기업결합은 국가 간 거래가 이뤄지는 글로벌 M&A인 만큼 국가신뢰 문제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기득권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11개로 대폭 늘어난 것을 지난해 경제성과의 하나로 지목했다. 그런데 이 말이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대표적 유니콘기업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배달의민족·DH 간 기업결합 심사는 이미 지난달 말 신청서가 접수돼 공정위의 검토가 시작됐다. 정치권이 공연히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할 일이 아니다. 기업의 일은 기업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