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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美-이란 사태 예의주시…호르무즈 파병 검토 중"

"우리 국민 안전 관련 유사시 상황서 신속히 대응" 유사시 청해부대 호르무즈에 파견될 가능성 높아

국방부 "美-이란 사태 예의주시…호르무즈 파병 검토 중"
[테헤란=AP/뉴시스]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2020.01.03.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제거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방부가 유사시 우리 국민의 안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란 사태를 포함해서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파병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사안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지시간 3일 이란의 군부 실세로 평가받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에 의해 폭살됐다.

국방부 "美-이란 사태 예의주시…호르무즈 파병 검토 중"
[바그다드=AP/뉴시스]이라크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에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차량이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일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쿠드스군'은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혁명수비대의 지원과 지휘를 담당하는 정예 부대다. 2020.01.03.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후 긴급성명을 내고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시아파 성지인 쿰에 있는 예배당에서는 부당한 죽음과 이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올라가는 모습이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4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시설들을 타격할 경우,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52곳의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더불어 지난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대사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이 사망한 '벵가지 사태'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방부 "美-이란 사태 예의주시…호르무즈 파병 검토 중"
[카르발라(이라크)=AP/뉴시스]미국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와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열려 지지자들이 그의 관을 옮기고 있다. 이란은 이번 미국의 공습으로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천명했다. 2020.01.05.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벵가지 사태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비난을 가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군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면서, '제2의 벵가지 사태'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를 승인했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한 테러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를 통한 이라크 내 대리전·국지전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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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란 공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가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에 대해 해로운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며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라고 밝혔다. 2020.01.04.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자 정부가 재외국민 안전 강화를 위해 대책반을 가동한 상태다.

현재 이라크 체류 인원은 1600여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란에는 290여명, 이스라엘 700여명, 레바논 150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해부대 30진으로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4400t급 구축함 강감찬함이나, 31진으로 파견돼 아덴만을 향해 가고 있는 왕건함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국방부 "美-이란 사태 예의주시…호르무즈 파병 검토 중"
[부산=뉴시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2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7번째 청해부대 파병길에 오르는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됐으며, 내년 1월 중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를 한 이후 내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진=해군작전사 제공). 2019.12.27. photo@newsis.com
다만 선제적으로 청해부대를 보낼 경우, 원유의 70% 가량을 수입하는 이란과의 관계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한 셈이 돼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도 위협이 가해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강감찬함은 현재 아덴만 인근에서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지역에는 레바논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동명부대, 아랍에미리트(UAE)에 군사협력 일환으로 파병된 아크부대 등이 있지만, 파병 문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해 유사시에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청해부대 30진은 현재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청해부대가 선제적으로 호르무즈에 갈 경우, 우리 국민에 대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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