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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유니콘 기업 '배민'의 기를 누가 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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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정위에 압력
혁신성장 구호에 그쳐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또 혁신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기자회견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M&A)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배민은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기업결합은 배달앱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예상되는 우려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실제 정책의 방점은 혁신보다 포용에 찍혀 있다. 모빌리티 타다와 배민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민주당이 이처럼 배민을 배척하는 모습은 뜻밖이다. 왜냐하면 배민은 문 정부가 자랑하는 유니콘 기업 중에서도 간판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배민을 버리고, 자영업자와 라이더라는 확실한 표를 택했다.

민주당이 내건 혁신성장은 구호에 불과하다. 혁신성장이 진심이라면 민주당은 공정위를 압박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배민은 외국기업한테 팔리는 길을 골랐는지, 또 매각 대신 국내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할 수는 없었는지 말이다. 현실을 보자. 벤처캐피털은 신속한 자금회수가 목적이다. 그 방안으론 IPO가 최선이고, M&A가 차선이다. 미국은 둘 다 왕성하다. 자금회수가 쉬워야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돌아간다. 미국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이유다.

한국은 갈 길이 멀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IPO 흥행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M&A를 하고 싶어도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고, 서로 신뢰가 부족해 탐색비용이 많이 든다. 바로 그 틈을 해외기업이 파고들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니콘 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지분을 내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꽉 막힌 자금회수 시장에 물꼬는 터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분명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우려가 커진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일시적 독과점은 혁신에 주어지는 보상이다. 이때 두가지 해결책이 있다. 독과점 기업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제 이익만 챙기면 자연 경쟁사가 출현한다. 끝내 독과점이 자율로 해소되지 않으면 그땐 정부가 개입할 명분을 갖는다.
일단은 시장 흐름에 맡겨 보자. 을지로위는 '사전 예방'을 말했다. 이는 한국 경제를 옭아매는 사전규제와 다를 바 없다. 이래선 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