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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호르무즈 전운, 원유 확보에 만전 기하길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중동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란군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미군에 피살되면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보복을 다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보복공격을 하면 이란 52곳에 대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자제해 더 큰 불상사가 없어야겠지만, 혹여 우리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정부가 경제·외교적 대비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양측 간 '치킨게임'의 결말을 지금으로선 가늠조차 쉽지 않다.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표면적 이유는 그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시설 포격 등의 배후로 봤기 때문이다. 반면 전쟁영웅을 잃은 이란으로선 자존을 건 '대미 항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원심분리기 수량제한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핵개발을 재개할 듯 으름장을 놓은 배경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지경학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국제유가가 급증 조짐을 보이면서다.

우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포연에 휩싸일지도 모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처지라서다. 만일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한국 경제에는 엄청난 악재다. 청와대가 6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참석시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배경이다. 그러잖아도 미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약속했던 정부로선 고민이 깊어진 셈이다. 사태가 더 꼬인 마당에 직접 파병이 어렵다면 일단 연락장교만 보내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전임 대통령들도 주저하던 솔레이만 제거를 감행했다.
국제분쟁 시 '거래'를 선호하던 그였다. 탄핵 국면에서 '군사 옵션'을 택한 건 미국 국민들이 위기 시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전통을 고려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이 혹여 중동발 위기를 틈타 '레드라인'을 넘는 불장난을 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할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