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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호르무즈'로 뱃머리 돌릴까(종합)

미국-이란 사태 일촉즉발…유사시 청해부대 파견 가능성 선제적 파견 어려워…美동맹국 인식되면 우리 국민 위험 정부, 美주도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가 여부로 속앓이 전문가 "연락장교 먼저 파견…청해부대는 신중하게 접근" 靑 NSC상임위 "중동 긴장고조 우려…지역정세 안정되길"

아덴만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호르무즈'로 뱃머리 돌릴까(종합)
[부산=뉴시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 (사진=해군작전사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홍지은 기자 =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받아온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미국 동맹국에 대한 테러나 국지전 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청해부대 31진으로 지난달 아덴만 해역을 향해 출항한 구축함 '왕건함'(4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배의 키를 돌릴지 관심이 쏠린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란 사태를 포함해서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 구상과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이라며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언제든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52곳의 이란 목표물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맞대응하면서 미국이나 동맹국을 상대로 한 테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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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2020.01.03.
이란 혁명수비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 등을 통한 이라크 내 대리전·국지전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5일(현지시간)에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전면 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6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위한 대규모 추모 기도회를 직접 집전하면서 수차례 눈물을 흘리며 쓰러졌고, 테헤란 거리에는 수십만명의 조문객들이 쏟아져나와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현재 이라크 체류하는 우리 국민은 1600여 명으로 파악되며, 이란에는 290여 명, 이스라엘 700여 명, 레바논 15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소개령 등이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해부대 30진으로 파견된 4400t급 구축함 강감찬함은 아덴만 인근에서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덴만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호르무즈'로 뱃머리 돌릴까(종합)
[테헤란=AP/뉴시스]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가 6일(현지시간)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비디오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20.01.06
아덴만에서 이란으로 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까지 함정으로 사흘이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위급 상황에서는 청해부대가 파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동 지역에는 청해부대 외에도 레바논 남부 티르(Tyre)에 동명부대(유엔 평화유지군), 아랍에미리트(UAE)에 아크부대 등이 파병돼 있지만, 파병 연장 동의안에 위배되지 않고 이란으로 급파가 가능한 것은 청해부대 정도만 꼽힌다.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유 70% 가량을 수입하는 이란과의 관계 문제뿐 아니라, 청해부대를 보내면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한 셈이 돼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도 위협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청해부대 30진은 현재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청해부대가 선제적으로 호르무즈에 갈 경우, 우리 국민에 대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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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중장을 위한 대규모 장례집회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렸다. 사진은 테헤란 중심 엥겔라브(혁명)광장을 꽉 채운 추모객들. 2020.01.06
녹록지 않은 상황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 요구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되는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는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안보에 대한 기여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예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국회에서 동의한 작전 지역인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유권 해석을 통해 가능했지만, 이란 내 상황이 바뀐 만큼 동의안에 대한 해석도 다시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일본의 경우 아베 총리가 지난달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정보 수집 등을 목적으로 해상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 이해를 구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제와서 이란 측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오히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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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란 공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가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에 대해 해로운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며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라고 밝혔다. 2020.01.04.
일각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청해부대를 투입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바레인에 사령부가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영관급 장교 1명을 연락장교로 먼저 파견하는 단계적 파병안이 거론된다.

외교 전문가들도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투입하는 방안은 이란 내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서 최대한 신중하게 사안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가 최우선"이라며 "이라크에 우리 국민 1600여 명이있기 때문에 안전보장이 된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먼저 귀국시키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다만 미국의 파병 요구 자체는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한미 간에 합의가 됐다면 계획대로 가는 게 좋을대로 본다. 다만 가더라도 신뢰 차원과 평화에 대한 의지 차원에서 연락장교를 먼저 파견하고,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 투입은 천천히 결정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할 생각이 크지 않지만, 일단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란 정규군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한 것은 전쟁에 준하는 행위가 된다. 본격적인 무력분쟁 가능성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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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AP/뉴시스]이라크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에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차량이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일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쿠드스군'은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혁명수비대의 지원과 지휘를 담당하는 정예 부대다. 2020.01.03.
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야한다"며 "만약 확전이 돼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한다면 미국의 동맹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되고, 이란이 우리를 적대세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시아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중동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안보 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란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중동이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석유·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아덴만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호르무즈'로 뱃머리 돌릴까(종합)
[바그다드=AP/뉴시스]4일(현지시간)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 행사가 벌어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몇몇 시민들이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미군의 공습으로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이후 지역 내 반미 감정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2020.1.5.
정부도 이날 NSC 상임위원회에 앞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를 열고, 유기적 협조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방위적인 대응책을 강구키로 했다.

회의에는 국가안보실,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중동지역 등에서 우리 국민 안전 확보 방안을 점검하고, 선박 및 항공기 보호 방안, 에너지 수급 관리 방안, 우리 진출기업의 수출·입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rediu@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