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혁신 경연장 CES, 규제 안풀면 구경꾼 전락

현대차 · 우버 '비행체' 공조
간섭 피해 규제망명 줄이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0'이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 1967년 첫 행사를 가진 이래 세계 가전업계의 격전장 역할을 해온 CES는 이제 단순한 가전박람회를 넘어 미래기술의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160여개국 4500여개사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만도 18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들도 부스를 차렸다.

우리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 기업 중 현대자동차의 행보에 주목한다. 현대차는 CES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세계적인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손잡고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Private Air Vehicle)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PAV는 CES 2020이 주목하는 신기술의 하나로 오는 2040년까지 시장 규모가 1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PAV를 관장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인재 영입 및 해당 분야 투자를 확대해왔다.

현대차가 잡은 상용화 시점은 2028년이다. 이날 직접 '현대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PAV 상용화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같이 할 계획"이라며 "국내 상용화를 위해선 법규나 이런 것들이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계속 정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과 벌이고 있는 기술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원대한 꿈이 국내에서도 실현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온갖 규제 때문에 보따리를 싸는 국내 기업들의 탈한국 러시를 지켜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현대차도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 등 신규 혁신사업을 국내가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했다. 국내에선 각종 규제와 공무원의 소극행정 등 걸림돌이 많아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 아니라 규제혁명'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기업)과 정책(정부)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미래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