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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면전 양상속 美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고심 깊은 정부

미국과 이란 갈등..준전시 상황 수준
美, 공개적으로 정부에 파병을 요구해
딜레마 빠진 정부, 파병 묘수 찾기 고심

중동 전면전 양상속 美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고심 깊은 정부
[아인알아사드=AP/뉴시스]이라크 안바르주 아인 알아사드 기지가 8일(현지시간)이란의 지대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사진은 2017년 11월 8일 아인 알아사드 기지에 배치돼 있는 미 해병대의 모습. 2020. 01.0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을 받은 우리 정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원유 운반의 핵심 루트이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안보 공조 요구도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곳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3일 미군의 표적 공격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데 따른 보복 차원이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막판 고심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개 요청했다. 미국은 안보 동맹국으로서의 의무 행사를 명분으로 앞세웠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구상과 관련,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부의 고민이 깊은 것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만큼 미군이 공격받은 현 상황을 외면할 수 없고, 파병시 이란과의 관계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원유 수입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파병 결정시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사하는 이란측이 우리도 적대국으로 분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방위비분담 문제에 동맹기여 문제도 엮여있어 파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이란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호르무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고 이란 입장에서도 이는 명백한 군사적 적대행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미국과 동맹이지만 원치않은 상황에 연계될 수 있고, 그렇다고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의 핵심인 상호방위조약을 우리가 깨는 상황이 연출된다"며 "파병에 대한 행동이 없다면 동맹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청 "이란교민 안전 최우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질 경우 호르무즈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지나 전략적 최대 요충지고, 현재 이란 통제구역인 만큼 해협봉쇄조치 등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파병시 우리 군의 피해 우려를 비롯해 이란지역내 한국 교민 안전에 대한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는 "지난 2003년에도 정부는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했지만 그때는 전쟁지역이 아닌 곳에 들어가 위험 부담이 적었으나 호르무즈는 미·이란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병의 부담감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이란 상황과 관련, 교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외교부가 중심이 돼 현지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현 상황에 대해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있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도 긴급 회의를 통해 현지 동향 파악과 함께 교민 안전대책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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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