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KBS와 인터뷰서 밝혀 "호르무즈 지역 항행 자유 지지, 모든 국가 이익에 부합" 韓정부 "다양한 가능성 두고 검토 중…결정된 바 없어" 해리스 대사 "남북관계 더불어 비핵화 진전 보기를 원해" 통일부 "한반도 문제 당사나는 韓" 남북관계 진전 '의지' "한미 방위비 협상, 숫자에 접근하는 등 막판 들어서"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데 대해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개시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KBS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병력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을 한국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한국에 무엇을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호르무즈와 걸프만에 도움을 줄 것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은 했었다"면서도 "전직 해군 장성으로 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바닷길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파병 논리를 거듭 설득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7월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동맹들에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임무 교대를 위해 다음 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된 직후 열린 NSC 회의에서는 '호르무즈' 언급 없이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 입장은 해협 인근을 통항하는 우리 선박, 우리 국민 보호 필요성, 해상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기여 등을 감안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부처 간에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가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안정적인 원유 수급은 물론 미국,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해리스 대사는 안전 문제로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선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더 큰 걱정은 중동지역에 있는 한국 국민들"이라며 "미국은 얼마 전 여행 경보를 발표하고 이 지역에 있는 미국 시민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아마 한국도 똑같이 해야 하지 않겠나 싶지만 한국이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도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 노력과 동시에 남북 협력을 강조한 데 대해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리스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나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에 대해선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이러한 사안들을 다루는 데 있어 우리는 한국과 함께 일하고 싶다. 비핵화든, 남북관계든, 답방이든, 양 동맹국은 긴밀히 함께 일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은 미국과의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우리는 동맹으로서 긴밀하게 함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협상 복귀를 요구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아직까지 북미 간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대표는 미국 쪽에서 창의적인 방법, 유연한 방법을 제시하고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협상 테이블의 복귀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데 대해선 "지금은 제재를 완화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애초부터 강력한 제재로 인해 김정은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것이다. 더 강력한 제재가 북한을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 숫자에 접근하는 등 막판 들어서"
해리스 대사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협상에 대해서는 양측이 입장을 좁혀 새로운 숫자에 접근하는 등 막판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그는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말하기를 한국 협상가들의 말을 들었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입장을 절충하고 있고 새로운 숫자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다"며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다음 주에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고 드하트 대표는 현재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에 대해선 "우리는 지금 막 INF(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탈퇴하고 어떤 무기를 개발할 지 고려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이 되었든 다른 나라가 되었든 미사일 배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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