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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파병' 공개요청에 정부 딜레마[이란, 미군기지 보복공격]

美,안보동맹국 의무 앞세워 압박
파병땐 원유수입 등 피해 불보듯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을 받은 우리 정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원유 운반의 핵심 루트이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안보공조 요구도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공개 요청했다. 미국의 안보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호르무즈해협 해양안보구상과 관련,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부의 고민이 깊은 것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만큼 미군이 공격받은 현 상황을 외면할 수 없고, 파병 시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원유 수입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파병 결정 시 미국과 전면전을 불사하는 이란 측이 우리도 적대국으로 분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방위비 분담 문제에 동맹기여 문제도 엮여 있어 파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란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호르무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고 이란 입장에서도 이는 명백한 군사적 적대행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미국과 동맹이지만 원치 않는 상황에 연계될 수 있고, 그렇다고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의 핵심인 상호방위조약을 우리가 깨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질 경우 호르무즈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지나 전략적 최대 요충지이고, 현재 이란은 통제구역인 만큼 해협 봉쇄조치 등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파병 시 우리 군의 피해 우려를 비롯해 이란 지역 내 한국 교민의 안전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이란 상황과 관련, 교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외교부가 중심이 돼 현지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현 상황에 대해 시시각각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駐) 이란·이라크·이스라엘 대사와 화상회의를 열고 중동 내 교민과 기업의 안전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