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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논란··정부 '신중론'에 무게

호르무즈 파병 논란··정부 '신중론'에 무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강 장관은 미국측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면서 "우리 선박 안전과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중동정세가 일촉즉발 위기 상황으로 치닫자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란에도 불이 붙고 있다. 정부는 미국측의 파병 요청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논의를 지속해오는 가운데 막판 고심을 거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호르무즈 파병 '신중론'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파병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며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한 신중론을 펼쳤다. 특히 해협·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 확보를 강조하며 "우리 선박 안전과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의 이번 발언은 파병에 대한 정부의 '손익계산서'가 복잡하게 꼬여버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당장 미국과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해소를 위한 미국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또 전통적인 한미동맹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는 일거에 파병요청을 거절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파병 결정시 이란과의 국제관계 악화는 물론 자칫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강 장관은 "우리는 이란과도 오랫동안 경제관계를 맺어왔다"며 "지금으로선 인도지원과 교역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에 파병을 약속한 것 아니냐"는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아니다.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왕건함, 호르무즈行?··병력투입 신중
국방부 역시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또 민간선박 안전 항행을 명분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동참을 요구해왔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직접 밝혔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중인 청해부대의 임무지역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덴만 해역에선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400t급)이 작전을 수행 하고 있다. 이달말 왕건함(4400t급)이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하는데, 그 사이 파병이 결정되면 왕건함은 호르무즈해협으로 향하게 된다. 군 내부에선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에 투입되도 군사적 역할 대신 교민안전, 평화유지 등 인도적 지원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야당 사이에서도 청해부대 작전반경 확장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어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이란, 중동 사태에서 교민 안전이 중요하다"며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 활동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넓혀 교민 철수를 돕는 작전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덴만 파병군의 필요성과 호르무스해협의 상황이 180도 다르다"며 "편법으로 이미 파병 병력의 관할 구역을 확장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정부로선 국민, 기업 보호와 만약의 사태에 대응해 가용한 모든 툴(tool)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구체적 작전과 업무에 따라 법률적 검토도 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