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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자생력이 먼저다

정부 지원에 기대면 곤란
사회안전망이 근본 대책

소상공인의 숙원이던 소상공인기본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독립기념일 같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체 취업자 중 25%인 약 670만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이 자영업자다. 비슷한 소득 수준을 가진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유달리 높다. 이제나마 소상공인이 독자 영역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유탄을 온통 뒤집어썼다. 소득이 빠듯한 가게 주인들은 종업원을 줄였다. 을과 을의 전쟁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뒤늦게 정부는 자영업자 달래기에 나섰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췄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기본법은 소상공인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 안정, 고용 안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3년마다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소상공인이 경영난에 빠지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길도 텄다.

법 제정을 계기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기본법 제정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자생력은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반면교사다. 정부의 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기들은 국제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지원금에 기생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독립기념일 같다"고 했다. 맞다. 하지만 독립에는 권리와 함께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기술 혁신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배달앱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보라. 플랫폼 운영자는 갑,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을이다. 미국에선 '아마존 당했다(Amazoned)'라는 말까지 나왔다.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 앞에서 소매업자들은 쩔쩔 맨다. 그렇지만 혁신에 저항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는 능동적인 자세가 바람직하다.

정부에도 당부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게 큰 원인이다. 퇴직하면 노후가 걱정이다. 그래서 퇴직금으로 생계형 창업에 나선다.
그러다 그 돈마저 까먹는 사례가 속출한다. 근본적인 자영업 대책은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정부가 긴 안목을 갖고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