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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여객기 피격 알고도 함구"…'외교적 줄타기'

우크라 "여객기 피격 알고도 함구"…'외교적 줄타기'
[테헤란=이란 최고지도자실·AP/뉴시스]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공부대 사령관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군 사령관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실에서 제공한 것이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을 인정하면서,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2020.01.12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우크라이나가 이란에서 여객기를 피격한 사실을 알고도 전략적 판단으로 이를 함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는 이란이 국제항공 752편을 격추했다고 인정하기 전 이미 여객기가 미사일에 피격된 사실을 알았다"며 "그러나 우크라 대통령은 신중한 외교적 행보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올렉시 다닐로브 우크라 국방장관은 W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가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돼 추락했다고 판단하기 전) 먼저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크라 국제항공 752편 보잉 737-800은 지난 8일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SA-15 두 발을 맞아 이륙한지 몇 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전원 사망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은 이후 "실수에 의한 격추"라고 판단을 내렸으나, 이란은 이를 부인하다 지난 11일이 돼서야 공식 인정했다.

다닐로브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 정보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도 "그러나 전략적 결정 때문에 결론 중 어떤 것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배경에 대해 "우크라는 자국 조사관들이 확실한 증거를 얻기를 원했다"며 "이 기간 동안 이란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하기 위해 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총사령관 사살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에도 휘말리지 않고 양측 모두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객기 추락 나흘 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법적·기술적 협력을 받아냈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니나 얀코윅 교수는 "또 한 번 젤렌스키 대통령은 좁은 외교적 균형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며 "정치 초보자로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대립하는 국가들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참사로 또 다시 국제 분쟁에 휘말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7월 298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레이시아항공 17편 추락사건으로 국제 분쟁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이 여객기는 미사일에 피격돼 우크라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와 관련 다닐로브 장관은 "유럽은 5년 전 이 사고에 대해 여전히 조사를 끝내지 못했고, 누구의 잘 못인지 말할 수 없었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데 훨씬 적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은 지난 11일 "전시상황에 준하는 100%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여객기를 적군의 전투기 공격 전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로 오판했다"며 "대응할 시간이 5초 밖에 없었고 조급하게 판단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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