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北 비핵화 의지 없다면 '플랜 B' 찾아야

북한이 올 들어 '핵 보유국' 지위를 공인받으려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다. 그는 이어 "베트남(미·북 하노이 정상회담)과 같은 협상은 다시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공언했다. 노후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 핵동결을 미끼로 한 미국과의 '거래'가 여의치 않자 그간 흘려온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으름장인 셈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 고문이 문재인정부의 미·북 협상 중재를 원색 비난한 게 단적인 사례다.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북에 전달했다고 밝힌 데 대해 "주제넘게 설레발 치고 있다"고 조롱하면서다. 물론 북한이 당장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접고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김계관과 같은 닳고 닳은 외교관의 입을 통해 '말폭탄'만 쏟아붓고 있는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북한 정권은 작년 말까지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입에 올리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도 불사할 기세였다.

사실 북한이 작년부터 위협해온 '새로운 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즉 '도발-협상-보상 요구'라는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벌어 핵클럽 가입을 묵인받으려 했던 '오래된 길'이라서다. 북이 그간 미국과 2차례, 남한과 3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꾸준히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 왔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그렇다면 미·북 간 비핵화 협상도 장기 교착될 공산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 북한 정권이 도탄에 빠진 주민을 살릴 비핵화·개방을 선택하면 다행이겠지만, 그 가능성도 엷어 보인다.
특히 남북관계를 개선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한다는 현 정부의 청사진도 덧없는 희망사항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의 14일 신년회견이 그래서 주목된다.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 정권의 속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문재인정부가 이에 상응한 '플랜B'를 강구할 적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