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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격추 인정' 이란 "美 때문에 역내 긴장 높아진 탓"

이란 정부·군 인사들 "미군 떠나야 역내 평화와 안정 가능" "트럼프, 솔레이마니 제거는 오판"...대미 항전 지속 천명

'여객기 격추 인정' 이란 "美 때문에 역내 긴장 높아진 탓"
[테헤란=이란 최고지도자실·AP/뉴시스]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공부대 사령관(오른쪽 끝)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군 사령관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실에서 제공한 것이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을 인정하면서,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2020.01.12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이란은 13일(현지시간) 미군의 역내 주둔과 이란군 가셈 솔라이마니 사령관 암살로 인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우발적 격추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도 일부 있다는 주장이다.

이란 메흐르통신, 타스님뉴스, IRNA 등에 따르면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알리 압둘라 아이윱 시리아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미 항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하타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람 하나를 제거함으로써 대미 항전을 중단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오판을 했다면서 미국의 역내 주둔 비용만 더 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솔레이마니의 뒤를 이어 역내 미군 주둔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은 이마드 카미스 시리아 총리와 만나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이 중대한 국제적 이슈로 비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범죄적 암살 행위가 이란의 항전을 오히려 강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역시 카미스 총리에 미군이 머무는 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면서 지역 국가들이 단합해 미군 철수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리석은 고문들은 용감한 항전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면 역내 항전의 최전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상상했다"면서 "이 순교자와 동료들의 피는 저항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란 정부는 여객기 격추 은폐를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비극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누군지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이 비열하게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이후 전쟁의 그림자가 이란에 드리워 있었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충격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군의 주둔과 솔레이마니 암살이 역내 긴장을 높이고 지역국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다. 탑승자 176명은 전원 사망했다. 이란은 여객기 격추설을 부인하다가 11일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란군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해당 여객기를 적대적 표적으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미군은 이달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미국 정부는 그가 역내 미군을 표적으로 임박한 공격을 모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에 보복하겠다며 지난 8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미사일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다고 확인하고 이란에 무력 대응 대신 경제 제재를 추가로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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