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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호봉제 → 직무급제 전환은 시대적 과제

고용노동부가 지난 13일 직무급 확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점차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호봉제는 오래 일할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정규직과 고참에 유리하다. 반면 비정규직과 신참은 호봉제 아래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호봉제는 소득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기업들은 더 이상 연봉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직무급 확산은 올바른 방향이다. 고용부는 관련 매뉴얼도 내놨다. 예전에 비해 분위기도 바뀌었다. 비정규직은 직무급제가 딱히 나쁘지 않다. 기업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지키면 지금보다 임금이 오를 수 있다. 신참 직원들은 고참들이 단순히 나이를 더 먹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더 받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본다. 이는 한 회사, 한 노조 안에서도 직무급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고도성장 시대의 낡은 임금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흐지부지되곤 했다. 박근혜정부는 양대 지침을 손보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고, 취업규칙을 바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길을 텄다. 하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에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결국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지침 폐기를 약속했고, 그해 9월 고용부는 두 지침을 폐기했다.

직무급 확산 지원은 박근혜정부 때에 비하면 매우 온순한 정책이다. 고용부는 그마저도 노사 자율, 합의를 강조했다.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근로기준법을 바꾸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용부가 자율을 강조한 것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존 직원은 호봉제를 유지하되 신규 입사자부터 직무급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검토할 만하다. 고용부는 전 정부의 양대 지침 변경을 1년8개월 만에 폐기했다. 직무급제 확산 정책만은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