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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反문재인 정책만 나열한 한국당의 부동산 공약

자유한국당이 16일 총선용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공시가격 급등을 막아 세금폭탄을 제거하고, 3기 신도시는 전면 재검토하고, 고가주택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12억원으로 올린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오로지 반문재인 정책을 나열했을 뿐 독자적인 색깔을 찾을 수 없다. 이래선 한국당이 4월 선거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조롱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문재인정부가 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고 보자는 한국당스러운 발상"이라며 "한국당의 퇴행이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꼭 민주당 대변인이 아니더라도 한국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래선 박근혜정부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현 정부는 오로지 반박근혜 정책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의 원상회복을 말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은 사회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택매매허가제까지 언급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다시 정반대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두 정당이 대척점에 서면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샤워실의 바보' 일화에서, 바보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바로 그 꼴이다.

한국에서 집은 부의 양극화를 부르는 원흉이다. 젊은층은 다락같이 뛴 집값,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에 절망한다. 비혼·저출산 풍조도 집값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이 진심으로 주거안정을 원한다면 보유세·거래세를 어떻게 조정할지, 임대주택은 어디에 몇 채를 더 지을지 등을 놓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주거·교육 수준이 서울에 버금가는 대체지를 개발해 수요를 분산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다. 하지만 한국당 공약엔 이런 고민이 묻어 있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 글로벌 10대 트렌드'에서 '조커이즘의 확산'을 두번째로 꼽았다. 영화 '조커'에서 보듯 2020년은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맞서 '조커 페이스'로 시위에 참여하는 '조커이즘'이 확산될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당은 부자를 위한 정당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부동산 공약은 이를 재확인했다. 양극화 해법은 외면당했다. 이래선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