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학부모 98% 사교육… 계층간 격차도 더 벌어져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교사와 학교에 대해 갖는 신뢰감이 바닥을 기고 있다. 공교육 붕괴 현실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교육 현실에 학부모들은 애가 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월 두달 동안 19~74세 전국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교육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사교육을 시킨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98%에 달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답한 학부모는 2%에 불과했다.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는데,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마저 보였다. 이런 방안이 도입되는 것에 56.1%가 동의했다. 지금 아이들의 학교 선생보다 외부 현장 전문가가 차라리 좋겠다고 여기는 것을 교육 책임자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 사교육비를 대부분 상당한 부담으로 느꼈다. 95%가 짐이라고 답했는데, 너무나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지켜지기는커녕 남은 임기 중에라도 이 약속이 실현되리라 믿는 이는 없어 보인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집계한 초중고 사교육비 수준은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다가 2016년부터 오히려 더 늘었다. 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수께끼 같은 복잡한 대입 전형 프로그램, 사건만 터지면 땜방식 제도 수술로 여론을 무마하는 당국의 행태에 학부모들이 믿고 의지할 곳이 어디겠나. 결국 달려가는 곳이 학원이다.
입시 전문가에게 아이 미래를 통째로 맡긴다. 부모가 어떤 전문가를 섭외하느냐, 즉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이 인생을 좌우한다. 교사의 질을 높이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 부모의 입시개입이 가장 최소화되는 제도 마련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