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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호르무즈 독자 파병, 불가피한 선택이다

청해부대가 독자적 작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파견된다. 국방부는 21일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받던 정부가 고심 끝에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동맹의 요청에 응답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한 차선책으로 본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및 오만 사이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나오는 유조선과 선박의 길목이다. 전 세계 원유 유동량의 20%가 여기를 통과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 특히 중동국가끼리도 이해가 엇갈려 말 그대로 잠재적 화약고다. 지난해 이란이 영국 유조선을 국제법 위반 혐의로 억류한 뒤 미국의 호르무즈 호위연합 구상에 영국·호주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도 참가했다.

호르무즈 파병은 우리로선 '뜨거운 감자'격 이슈였다. 호르무즈해협은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감당한다. 어찌 보면 셰일혁명으로 석유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보다 우리에게 이곳 항행의 안정성 확보가 사활적 관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제재가 맞물려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파병국은 이란과의 관계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원유의 87%를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도 미국이 희망한 호르무즈 호위연합, 즉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한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일본처럼 독자적 작전을 표방한 고충은 십분 이해된다.
혹여 해협 봉쇄 등으로 유조선 통과가 불가능해지고, 이란과 그 이웃국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되면 IMSC 참여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극약 처방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가능성이 엷어 보이는 지금 청해부대 소속 연락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파견하는 수준이면 일단 선택할 만한 고육책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