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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은 국경 봉쇄하는데 우린 개별관광이라니

중국발 '우한 폐렴'으로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을 중단하고 국경을 잠정 폐쇄했다는 소식이다.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과 방역체계가 허술한 북측이 내린 고육책이다. 이에 따라 우한 폐렴의 불똥이 문재인정부에도 떨어진 분위기다.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려는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정부는 가뜩이나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대책이 확보되지 않은 터에 새로이 비상등 하나가 더 켜졌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정부는 신년 초부터 개별관광에 의욕을 보여 왔다. 유엔제재 대상인 금강산관광 대신 빼든 카드였다.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하면서 꼬인 남북관계에 새 돌파구를 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척되리라고 낙관하는 건 근거 없는 희망일 수도 있다. 개별관광을 허용하면 북핵 국제공조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이에 대해 "한·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고 제동을 걸자 정부·여당이 발끈하는 등 이미 한·미 간 큰 소동이 빚어졌다.

관광객 신변안전대책도 문제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의 조준사격으로 숨졌다. 하지만 북한은 문서화된 유사사태 방지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니 이후 개성공단 남측 인력이 130일 넘게 억류되고, 북한 선전물 한 장을 챙기려다 붙잡힌 미국 대학생이 산송장이 되어서야 귀국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것이다.

이런 선결과제를 제쳐두더라도 북한이 남한의 개별관광객을 일괄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북한 당국이 철저히 통제한 금강산관광과 달리 남측 관광객과 북측 일반주민간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그 자체로 북한 세습독재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이어서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 종교계 일각에서도 개별관광 참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북측은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다. 더군다나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북·중 국경까지 한시적으로 닫히고 있는 시점이다. 정부가 한·미 간, 남북 간 충분한 조율 없이 개별관광을 무턱대고 추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