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규제 '약발'받기 시작한 강남 3구
재건축 못난이 매물 던지기 시작
은마 호가 마지노선 19억 '위태'
서초'아리팍' 강남'개디아' 등
고소득 실수요자 많은 신축단지
세금보다 집값 상승에 베팅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수요자가 대부분인 신축 단지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트리플' 규제가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 다주택자들이 선호도가 덜한 구축 저층 매물을 하나둘 내놓고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금지로 유동성을 조이고 종합부동산세율 상향으로 보유 부담을 늘리는 압박이 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똘똘한 한 채' 이론 역시 재확인되고 있다.
■보유세 부담에 재건축·저층 호가↓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전세대출 금지, 종합부동산세 상향조정 등 정부의 3중 규제에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12·16 부동산대책'으로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보유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세대출도 막혔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 부담은 늘었다. '집은 살 집 한 채만 가지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투영된 대책이다.
이에 따라 강남3구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이른바 못난이 매물이 풀리고 있다. 저층 매물을 시작으로 호가가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떨어졌다. 잠실동 인근 한 중개사 대표는 "규제가 나오고 1~4층 등 저층 매물을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재건축을 기다리다 못해 호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전용 76㎡ 2층과 4층이 18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약 20억8500만원(2층)에 거래됐던 지난해 12월에 비하면 호가가 2억원가량 내린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호가도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9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치동 소재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저층이어도 20억원은 거뜬하게 거래됐던 은마아파트 전용 77㎡가 최근 19억2000만원(1층)에 나오고 있어 저층 매물 호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도 지난해 11월 28억6500만원(3층)에 거래됐던 전용 58㎡의 호가가 24억5000만원(2층)까지 떨어졌다.
■신축 1주택자들은 '버티기'
반면 신축 단지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상가 내 한 중개사 대표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신축 단지에 들어온 입주자 대부분이 1주택자"라며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도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실수요자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입주한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의 상황도 비슷했다. 개포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집주인들은 아직 세금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신축 단지의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중개사 대표는 "1단지 전용 95㎡ 중 제일 낮게 나온 매물이 32억원인데, 설 연휴 전에 31억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사라졌다"면서 "집값을 떨어뜨릴 바에 안 팔겠다는 뜻을 굳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락세 한두 달 더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재건축단지 중심의 하락은 맞지만 강남3구가 완전히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남3구 전체가 완전히 하락하고 있다고 하려면 지금 상태가 한두 달 더 유지돼야 한다"면서 "대책이 워낙 강력하고 정부 논조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며칠 뒤부터는 강남 집값이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지난주 강남3구 집값이 미약하게나마 떨어진 것도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구축 아파트 위주였다"며 "세금 부담을 줄이고 차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이 일부 구축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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