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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브렉시트 현실화…한·영 FTA 적극 활용하길

유럽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정을 압도적 표차로 비준하면서 영국은 예정대로 31일 유럽연합(EU)을 떠나게 됐다. 국민투표 후 장장 3년7개월을 끌어온 브렉시트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고, 영국과 EU는 둘 다 새로운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스스로 '위대한 고립'을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유럽공동체에 합류했던 영국은 EU의 규제로부터 자유를 외치며 47년 만에 제 위치로 돌아간다.

브렉시트 이행으로 당장 생기는 큰 변화는 EU에서 영국이 법적으로 누렸던 정치적 지위가 사라지는 것 정도다. 브렉시트의 실질적 효과는 영국과 EU의 관계 정립을 위해 전환기로 설정된 올 연말 이후 발생한다. 양측은 이 기간까지 기존 협정들을 따르면서 내년 1월 1일 이후 적용될 새 규정들에 대한 협상을 벌일 텐데 무역, 안보, 환경, 외교 등 복잡하고 방대한 분야가 죄다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문제는 현재 설정된 전환기에 이 광범위한 주제들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존슨 총리를 빼곤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EU 측은 2022년까지 전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이미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법을 통과시켜놨다. 존슨 총리는 이 기간 신속한 합의를 장담하고 있지만 EU 측은 고작 11개월 안에 마무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에 합의가 실패할 경우 내년 이후 사실상 '노딜(no deal)' 브렉시트 상태로 진입,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국회가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 놓은 터라 직접적 '노딜' 폐해는 비켜 갈 것 같다. 이런 면에선 국내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외 유럽 현지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들의 대영국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딜'이 가져올 영국 경제 후폭풍,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염두에 둬야 할 사안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정부는 최악 시나리오에 대비해 영민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